[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시중 4개 금융지주사의 실적발표가 11일 하나금융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리딩뱅크를 자처하던
KB금융(105560)은 '덩치 큰 꼴찌'로 전락했고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053000)은 몸값을 높이게 됐다.
◇ 시중금융사 순익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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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
2009년 |
신한 |
2조186억 |
1조3053억 |
우리 |
4545억 |
1조260억 |
KB |
1조8879억 |
5398억 |
하나 |
4834억 |
3063억 |
(단위 = 원)
◇ `우리` 뜨고, `KB` 지고
KB금융은 당기순이익이 5398억원으로 전년비 71.2% 떨어졌다. '폭락'에 가까운 수준이다. 4분기 순익도 금호그룹 관련 충당금 적립 등으로 89.7% 떨어진 178억원을 기록했다.
자산규모도 316조원으로 우리금융 317조9000억원에 2조원 뒤쳐지며 금융지주 1위 자리를 내줬다.
우리금융은 이팔성 회장의 별명인 '북두칠성'처럼 화려하게 빛을 냈다. 금호관련 부실 채권 비율이 시중은행 중 제일 높아(1.56%) 대손충당금 부담이 컸지만 순익이 전년비 126% 증가한 1조26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당기순이익도 1569억원에 이른다.
신한(005450)금융지주는 '형보다 나은 동생들'이 있어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은 당기순이익이 1조3053억원으로 전년대비 35% 감소했다. 은행은 7487억원으로 48.3%가 줄었지만 신한카드는 8.9% 감소에 그치며 8568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생명은 되려 25% 늘어 174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나금융도 전년비 36% 급감한 3063억원의 실적을 보였다. 다만 작년 3분기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다 4분기에만 1929억의 순익을 보여 금융 위기 이전의 수익력을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 변수 산재..실적 흐름 바뀔 수도
하지만 이런 실적 흐름은 당장 1분기 안에 바뀔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금융이 금호그룹 관련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에서 "우리금융의 4분기 실적이 외견상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 않다"며 "금호그룹 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타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적립했다면 1000억원 이상 적자 결산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호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타사 49%의 절반도 안되는 20%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올해 우리금융의 순이익 개선 폭은 타경쟁사에 비해 미약한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고 결론 내렸다.
이고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우리금융의 금호그룹 관련 익스포저는 총 2조6000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지만 충당금 적립률은 14%에 그쳤다"며 "금호그룹 사태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면 추가 적립의 리스크에 가장 민감하다"고 말했다.
◇ "KB 기저효과..상승 탄력 높다"
KB는 바닥을 보였기 때문에 상승 탄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종의 기저효과를 보일 것이란 애기다.
이준재 연구원은 "올해 실적을 좌우할 순이자마진이 4분기 2.61%로 전분기에 비해 0.41%포인트나 개선됐고, 1월중에도 4분기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전망아 밝다"고 말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의 실적을 갈라 놓은 것이 금호 사태인 만큼 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되고 충당금 부담이 줄면 KB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KB금융 관계자 역시 "경기 상승 흐름이 지속되고 금리 인상 움직임도 나오면서 올해 실적은 예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