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내년도 낸드 공급 과잉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희비가 엇갈릴지 주목된다. 특히 1위 사업자 지위를 바탕으로 선순환이 지속될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가격 하락에 따른 피해가 주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의 기대가 과도한 만큼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 확대로 내년도 전세계 낸드 공급증가율이 43%를 기록할 전망이다. D램은 22% 늘어나며 올해 대비 각각 11%포인트, 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업체들이 생산능력 확충보다 미세공정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내년부터는 공급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본격 진출 역시 또 다른 우려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급 증가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관련주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서버쪽 수요는 당분간 견조하겠지만, 아이폰X을 포함해 모바일 수요 둔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제품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D램과 낸드 가격이 과거 고점 부근에 도달한 상황에서 PC와 모바일 수요 둔화 효과가 낸드를 중심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인 만큼 올 하반기에도 서버 수요가 기존 전망치보다 좋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공급 증가세도 만만치 않다"면서 "수요가 항상 시장의 기대치를 웃돌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낸드 수요 둔화의 영향이 삼성전자에 비해 클 것으로 보인다. 남대종 연구원은 "내년도 낸드 업황 둔화 속도가 D램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한 업체들은 수익성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다"면서 "가격 하락에 대비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후발업체들은 이익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1% 증가한 13조4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삼성전자는 신규 라인 증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반도체 실적 증가를 유지할 전망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전세계 D램과 낸드 1위 업체로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경쟁사들의 기술 개발 속도가 삼성전자에 못 미치고 있는 만큼 시장 확대의 수혜를 고스란히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