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오는 3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와 5일 바른정당 의원총회에서 보수 통합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한국당이 오는 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논란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박 전 대통령의 출당에 따라 이르면 6일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재선 의원들과 오찬을 갖고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직접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면서도 당 혁신을 위해 제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홍 대표는 ‘내일(3일) 최고위 개최가 확실하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며 “(표결이나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일 이야기하겠다”고 답했다. 장제원 의원에 따르면 홍 대표가 3일 최고위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결정하는데 표결을 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명확히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제명은 자동 출당의 보고 형식으로 이뤄진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0일 당 윤리위원회가 ‘해당 행위’와 ‘민심 이탈’의 책임을 물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권유를 의결한 만큼,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명된다는 규약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3일 예정된 최고위도 결국 의결이 아닌 보고의 자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친박(박근혜)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최고위원들도 각기 입장이 나뉘는 상황이어서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가 취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조치와 관련해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치력이나 지도력으로 (당내 의견이) 수렴된 상태에서 원만하게 동의를 얻는게 좋다”며 “최고위에서 표결로 결정하는 상황까지 가는 것에 대해서는 제 정치 소신에서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제시한 통합 분수령은 3일로 점쳐지는 가운데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은 홍 대표의 박 전 대통령 제명 추진에 화답이라도 하듯 탈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내 자강파와 통합파는 5일 의총을 열고 마지막 이견을 조율하기로 했다. 바른정당 통합파가 5일까지 의총을 통해 상황을 지켜본 뒤 6일 탈당을 결행하는 수순이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홍 대표의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가 사실상 바른정당 통합파의 탈당 명분을 쌓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의 인적 청산이 지연되면 바른정당 통합파가 한국당에 복당할 명분을 잃기 때문이다.
다만 바른정당에서 몇명의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건너올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한국당 내 인적청산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에 합류하는 인원의 폭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8명 내외의 의원들이 복당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이 복당하게 되면 오는 13일 치러지는 바른정당 전당대회는 ‘반쪽짜리’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세연 의원은 당 전당대회를 연기하고 한국당과의 통합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남 지사는 이날 C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당 지도부가 다 물러나고, 바른정당도 다 지도부가 물러나서 새로운 당을 만드는 재창당대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재선의원 오찬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