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1기 우리은행 이광구호 '채용비리'에 좌초

취임 후 민영화 꿈 이뤄…특혜 채용 논란 확산에 '용단'
비상경영계획 승계 절차 개시…직무대행 없어 행장직 유지

입력 : 2017-11-02 오후 3:30:43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지난 2015년 1월 이광구 우리은행(000030)장은 강원도 겨울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난항을 겪고 있던 우리은행 민영화를 달성하고 ‘강한 은행’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메시지를 몸소 표현한 것이다. 기업가치 제고에 사활을 걸었던 이 행장은 지난해 말 민영화의 꿈을 이루며 연임에 성공, 오는 2019년 3월까지 임기 2년을 보장받았다.
 
제2기 체제를 구축한 이 행장은 취임 초기 불거진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 논란을 벗고 올해 3분기 작년 연간 실적을 뛰어 넘는 1조3785억원의 당기순익을 시현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렸다.
 
탄탄대로를 달릴 것 같았던 민선 1기 이광구호는 채용비리 논란에 좌초됐다.
 
우리은행은 2일 이광구 행장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신입행원 채용비리와 관련해 사임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날 이 행장은 임직원에게 메일을 통해 "2016년 신입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우리은행 경영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과 고객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회간담회에서 사임의사를 밝혔다"면서 "신속히 후임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특혜채용 비리 논란을 책임지기 위한 이광구 행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문건을 통해 200명의 최종 합격자 가운데 10%인 20여명이 국정원 직원과 금융감독원 임직원, 고액고객의 자녀라고 공개했다.
 
문건에는 특혜 취업을 요청한 사람의 정보와 추천인 등이 기재돼 있었으며, 여기에는 대기업 전무의 자녀나 아무개 클럽 회장 자녀, 본부장 처조카, 국기원장 조카 등이 포함돼 특혜채용 논란을 빚었다.
 
이 행장은 추천명단에 대해 "잘 기억에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금융감독 당국이 감찰결과를 검찰에 통보하는 등 사안이 확대되자 용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은행 내부에서는 채용비리가 불거지기 전부터 "이 행장이 마음을 비웠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예전부터 지주사 전환만 잘 되면 (이광구 행장) 자신은 욕심이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며 "마음을 비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뜸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광구 은행장이 최근의 상황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면서 우리은행 경영의 신속한 정상화를 바라고, 검찰 조사 진행시 성실히 임한다는 생각에서 사임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은행 이사회와 행장추천위원회는 가까운 시일 내에 후임 은행장 선임시기와 절차에 대해 논의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지배구조 정관에 따르면 최고경영자가 금융감독기구로부터 중징계 이상의 제재를 받거나 불의의 사고, 갑작스러운 건강상 이유 등으로 그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은행은 비상경영계획 승계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 경우 이사회는 경영승계 사유와 개시일자, 결정시기 등을 결정하며 경영승계 절차가 진행되는 기간 중의 최고경영자 직무대행자를 동시에 지정하게 된다.
 
직무대행자는 정관 37조에 의거, 이사회가 정한 순위에 따라 정하게 된다. 대행자는 원칙적으로 최고경영자의 일상적인 권한과 책임을 동일하게 보유하되, 상법 제408조에서 규정한 회사의 상무(常務)에 한한다.
 
현재 우리은행은 사내이사로 오정식 상근감사위원을 제외하고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는 이광구 은행장이 유일하다.
 
이에 상법 제386조에 따라 사임 의사표시를 한 대표이사는 후임 대표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그 권리의무가 있어 당분간 법적으로 정해진 역할은 계속할 예정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논란을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사진/우리은행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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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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