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평창 D-50)얼음판 달리는 5G '속도전'…'세계 최초' 타이틀 경쟁 치열

내년 평창올림픽서 시범서비스 봇물…2019년 3월 상용화 목표

입력 : 2017-12-21 오전 7: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이 첨단 ICT의 경연장으로 꾸려진다.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초고화질(UHD) 방송 등 혁신 서비스가 대거 출격대기 중이다. 5G가 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5G는 초당 최대 20Gbps 데이터 전송속도를 자랑한다. 초고화질 영화 한 편을 10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다. 현재 LTE보다 40∼50배 빠르며, 처리 용량도 100배 많아 대용량 콘텐츠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다. 다만, LTE로도 큰 불편함이 없었던 소비자들에게 5G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게 기술 상용화의 선결과제다. 우리가 상상하는 4차 산업혁명의 모든 꿈이 5G 기술 구현에 달렸다.
 
 
이통사, 5G 규격 선도 위한 치열한 경쟁
 
KT는 국내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5G 준비에 뛰어들었다. 평창올림픽과 5G 결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5년 4월 5G 표준화를 위한 연구를 제안해 지난해 6월 '평창 5G 규격'을 완성했다. 올 10월에는 평창올림픽 주요 경기장에서 평창 5G 규격을 적용한 삼성전자의 단말기 연동에 성공했다. KT 관계자는 "내년 2월 올림픽에서의 5G 시범서비스를 기반으로 2019년 상용화까지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KT는 현대자동차와 협력해 강릉과 평창 일대에 자율주행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버스에서 5G 시험망을 통해 장애물과 다른 차량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동 중에도 선수의 실시간 영상을 3D로 볼 수 있다. 5G를 이용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실감영상서비스도 마련된다. 경기장과 선수 대기석까지 볼 수 있는 360도 플라잉뷰, 중계 화면에서 특정 시점·위치를 골라 볼 수 있는 옴니뷰 도 즐길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올림픽을 후원하지 않지만, 2019년 상용화를 목표로 5G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와는 별개로 AT&T, 도이치텔레콤 등 15개 글로벌 이동통신 및 장비업체로 이뤄진 '5G 글로벌 공동 협력체'에 참여해 5G 표준화 작업도 이끌고 있다. 현재 커넥티드 카 중심으로 5G 사업모델을 발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대규모 5G 시험망을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 구축하고, 5G 커넥티드카 'T5'를 선보였다. 12월에는 기지국의 중앙 장치와 분산 장치를 잇는 유선망 '프런트홀' 기술을 5G 표준기술로 등록했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와 비교해 한발 늦었지만 바로 상용화 가능한 기술을 내놓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지난달 서울 강남 도심에서 기지국 사이를 이동해도 끊김 없는 5G 핸드오버 기술 서비스를 시연했다. 이달 5G 네트워크 통합 가상화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5G 기술 구현은 민간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5G 표준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도록 정부도 힘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0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28차 국제전기통신연합 이동통신작업반(ITU WP5D) 회의에 국내 5G 후보 기술 제출 의향서를 냈다. 평창올림픽 직전 서울에서 열리는 차기 회의에서 후보기술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광수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주파수 적기공급 및 효율적인 5G망 구축을 위한 제도 개선 외에 5G 국제표준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에 뛰어난 5G 기술력을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대부분의 ICT 서비스를 목표보다 1개월 이상 앞당겨 진행했다. 5G 기반 초실감형 서비스를 전시하는 5G센터는 당초 목표인 11월보다 두 달여 빠른 9월에 개관했다. ICT올림픽 체험관도 예정보다 한 달 빨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5G 기술과 서비스가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5G 콘텐츠 발굴·설비투자 재원 확보 과제
 
한국이 5G 기술 경쟁력은 강하지만, 콘텐츠와 서비스 등 수익 창출로 연결되는 기반 산업이 약한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5G의 상용화와 표준화는 한국이 주도하더라도, 관련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이 없으면 '속빈 강정'이란 냉정한 평가다. 5G를 활용해 실생활에 필요한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을 누가 먼저 만들어 낼지가 관건이다. 홍승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실장은 "우리나라가 기술 선도를 잘 하고 있지만 5G가 융합서비스 기반인 만큼 인공지능·가상현실 등과 접목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5G 선두를 주도하기 위해 투자비용 절감대책과 주파수 조기 공급, 필수설비 공유 등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통사들은 LTE 대비 약 1.5~2배에 달하는 5G 설비투자(CAPEX) 재원 마련이 걱정이다. 이통사의 LTE 투자비용이 사업자당 4~5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G 상용화의 경우 최대 30조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득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의 건전한 설비경쟁이 촉진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비효율적 네트워크 구축과 소비자 이익 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19년 3월을 5G 상용시기로 잡은 만큼, 그 1년 전에는 주파수 분배가 시작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청이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주파수 할당과 경매 절차를 완료해 주길 바라고 있다. 필수설비 공유에 대한 협의도 조기에 마무리 되길 기대한다. 5G에 활용될 초고주파수 대역은 전파 전송거리가 짧아 기지국과 교환 설비를 연결하기 위한 필수설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KT가 공기업 때부터 전국에 보유하고 있는 통신용 전주와 땅 속에 통신선을 깔 수 있도록 묻어둔 관로 등이 필수설비다. 정부는 5G망 구축 비용 절감을 위해 필수설비의 공동 사용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다. 시장 전문가는 "정책 불확실성을 빨리 해소해야 기업들이 투자와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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