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오는 15일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동남아 국가 정상들과의 양자회담 등 쉴 틈 없는 외교 강행군에 나선다. 문 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정부의 ‘균형외교’ 시험대이자, 향후 북핵문제와 동북아정세 흐름에 큰 영향을 줄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 싱가포르 매체 채널뉴스아시아(CNA)와 인터뷰를 갖고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밝혀 소위 ‘균형외교’를 공식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균형외교는 과거(노무현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처럼 미·중 사이에서 기계적 균형을 잡자는 의미가 아니다”며 “굳건한 한·미 동맹이 기본이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대북 독자제재안을 발표했다. 이미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금지한 5·24 조치에 따라 실효성은 적지만, 한미공조 강화 및 재확인이라는 차원의 상징성은 크다. 사드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중국과는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와의 연쇄회담을 통해 관계복원 속도를 높인다.
주목되는 부분은 일본과의 관계설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 참석 당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미·일 양국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중국이 걱정하는 한·미·일 군사동맹 가능성에도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가 ‘한·미·일 vs 북·중·러’라는 신냉전구도에 갇히는 것을 경계한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여기에 이번 동남아 순방을 계기로 ‘신남방정책’의 본격 시동을 거는 것도 관심이 모인다. 신남방정책은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천명한 바 있는 신북방정책과 짝을 이루는 정책이다. 기존 주변 ‘4강(미·일·중·러)’ 중심 외교에서 탈피해, 경제·군사적 중요성이 커지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를 격상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이 지역에 걸린 미·중의 거대한 이해관계를 감안하면 균형외교 추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8~10일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하고, 11~12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13~14일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이 예정돼 있다. 이 과정에서 동남아 국가들과 실질적 협력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채널 뉴스 아시아’(CNA)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