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약 역사 새로 쓰겠습니다"

(피플 인터뷰)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
'아파티닙' 위암치료제 2조가치 평가…"2019년 글로벌 시판 목표 "
"라이선스 성과 나올것"…"라이프리버 합병 반드시 추진"

입력 : 2017-11-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에이치엘비(028300)는 글로벌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는 신약 연구기업이다. 1985년 설립돼 구명정 제조가 주업이었지만 최근에는 바이오 업체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시작한 '늦깎이' 제약사업이 글로벌 수준 기술력을 인정받을 만큼 성장했다. 13년 동안 개발한 표적항암제 '아파티닙'은 시장에서 최소 2조원 가치를 평가받는다.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수십개 국산 신약후보물질 중에서 상용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혁신성과 안전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51)은 아파티닙이 블록버스터 최초 국산신약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표적항암제 '아파티닙' 라이선스-아웃과 1년 남은 글로벌 시판 허가에 집중할 예정이다. 계열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067630)과 라이프리버는 벨류업을 위해서 반드시 합병시킬 것이다."
 
 
진양곤 회장은 에이치엘비 바이오 부문 핵심사업을 아파티닙과 '바이오 인공 간'이라고 소개했다. 둘다 막바지 개발 단계여서 시장과 업계 기대감이 크다. 아파티닙은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혁신적인 항암제다. 아파티닙이 타깃으로 하는 위암, 대장암, 간암 등 3대 암종 전세계 항암제 시장 규모는 5조3000억원에 달한다. 라이프리버가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인공 간은 국내 허가를 받으면 전세계 최초 상용화다.
 
진 회장은 2008년 제대혈업체 라이프코드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라이프코드인터내셔널이 에이치엘비의 전신 회사다. 라이프코드가 초기 인공 간을 개발하고, 미국 자회사(LSKB)를 통해서 아파티닙을 개발했다. 진 회장은 아파티닙과 인공 간을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투자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신약 개발에 주력하면서 해양 플랜트 사업을 하던 진 회장은 글로벌 임상 전문가로 거듭났다.
 
"아파티닙은 LSKB가 미국 연구소에서 라이선스-인으로 도입한 신약후보물질이다. 중국계 미국인 개발자가 아파티닙 중국 판권을 아시아 최대 제약사인 헝루이제약에 넘겼다.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전세계 판권을 에이치엘비와 계약했다."
 
헝루이제약은 2014년 중국에서 위암치료제로 아파티닙을 허가받았다. 아파티닙 중국 매출액은 2015년 550억원, 2016년 140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에는 35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매출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헝루이제약이 아파티닙을 위암뿐만 아니라 폐암과 간암 치료제로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유방암, 대장암으로 중국 3상을 진행 중이다. 항암제로 3상까지 완료하는 데 1000억원 정도가 투자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에서 환자에게 투약된 선행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의미가 크다. 처방 환자 누적 데이터는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티닙이 경구제라는 것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아파티닙은 혈관내피세포수용체-2(VEGFR-2)를 타겟으로 하는 신생혈관억제제다. 암세포가 자라는 에너지 공급을 차단해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원리다. VEGFR-2라는 특정 신호전달 매개체를 저해한다고 해서 표적항암제로 구분된다. 아파티닙과 경쟁약물인 대표적인 신생혈관억제제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아바스틴'이다. 아바스틴은 전세계에서 7조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 항암 시장은 병용요법이 트렌드다. 여러 항암제를 병용해서 쓰면 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항암제를 병용해서 쓰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높은 효과, 낮은 부작용 발현, 저렴한 약가, 편의성이다. 아파티닙은 4가지 요소에 모두 부합한다. 아파티닙은 기존 주사제와 달리 알약이어서 복용 편의성이 높다. 우수한 효능을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했다. 2년 반 동안에 중국에서 실제 환자에게 투약해서 (중대한) 부작용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약가도 저렴하다. 2주 정도에 한번씩 주사하는 항암제는 부작용이 발생하면 약물을 제거할 방법이 불가능하지만 아파티닙은 경구용이어서 조절 가능하다."
 
다른 암종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지만 아파티닙 글로벌 임상시험에 위암을 선택한 것도 병용요법을 고려한 빠른 상용화를 위해서다. 에이치엘비는 위암 치료 항암제로 아파티닙 글로벌 3상을 올해 3월에 착수했다. 12개국에서 총 459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6개월만에 27% 환자를 등록해 진행 속도가 빠르다.
 
글로벌 시장 규모(중국 제외)는 대장암이 2조8000억원, 간암이 2조2000억원, 위암이 1조3000억원 등으로 추정된다. 대장암과 간암 표적항암제는 이미 글로벌에서 경쟁사가 승인을 받았다. 위암 표적항암제 중 3차치료제는 아파티닙이 유일하다.
 
아파티닙은 희소성을 인정받아 미국과 유럽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희귀의약품에 지정되면 약 2년 정도 기간이 단축된다. 환자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간 단축으로 2018년 임상을 종료하고 2019년 출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파티닙이 간암과 위암으로 허가를 받으려면 수년이 더 소요된다.
 
"아파티닙이 가장 빨리 글로벌에서 허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암종 치료를 위해 수많은 항암제가 아파티닙과 병용 임상시험을 실시할 것이다. 실제 중국에서만 130여개 항암제 파이프라인과 아파티닙 병용 임상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에이치엘비도 올해 안에 글로벌 병용 임상시험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것이다."
 
아파티닙과 함께 라이프리버의 바이오 인공 간도 핵심 프로젝트로 꼽힌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과 합병 추진 중인 라이프리버는 바이오 인공 간에 대한 세계 최초 조건부 판매허가를 연내 신청할 예정이다. 바이오 인공 간은 간질환 환자를 위한 보조장치다. 간이 재생되거나 간이식을 받을 때까지 간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인공 간은 내년 국내 허가 획득이 목표다. 인공 간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20년에 이르는 개발 과정에서 '간 세포 분화기술' 등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게 됐다. 실제 벨기에 바이오벤처기업 프로메세라가 개발 중인 비알콜성 지방간염치료제에 라이프리버의 기술이 접목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바이오 부문 계열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라이프리버 흡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연이어 합병 정정신고서 제출로 투자자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지분 8.83%), 라이프리버(39.04%), LSKB(60.01%)가 에이치엘비의 제약 계열사다. 그는 "라이프리버의 가치평가 보완 요청 때문이다. 합병은 이상 없이 진행될 것이다. 라이프리버의 벨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진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의 글로벌 도약에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파티닙의 글로벌 라이선스 협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파티닙이 글로벌에서 판매되면 에이치엘비 회사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최초 블록버스터 국산신약이 될 것이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IR행사에서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에이치엘비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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