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몸집 불리기 급급한 인터넷은행, 소비자는 나몰라라?

입력 : 2017-11-16 오전 6:00:00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에 대해 언론에서는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아마 ‘메기효과’일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후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모바일 채널 강화·해외송금 수수료 인하 등 반응을 보인 점을 생각하면 인터넷은행의 ‘메기효과’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메기효과의 긍정적인 이면에는 부작용도 뒤따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100번에 가까운 무단인출, 신분증 도용에 따른 불법비대면 계좌 개설 등의 부실한 소비자보호의 문제점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보호 측면은 사실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식의 소극적 대응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지난 13일 전국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은행 민원건수'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올해 3분기(7~9월) 고객민원건수는 7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객 10만명당 환산 시 1.42건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신한·우리·KEB하나·농협·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평균 민원건수는 0.40건에 불과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의 민원이 무려 3.5배(71.83%)나 차이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무단인출의 경우 이상 금융거래를 탐지하는 FDS(Fraud Detective System)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금융소비자의 돈을 다루는 은행이라면 반드시 FDS기능이 작동했어야 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피해 발생 당시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조차 못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얼마나 소비자 보호에 신경쓰지 않았느냐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모바일’이라는 손쉬운 금융기관 접근 방법 덕분에 출범과 동시에 많은 고객들이 몰렸음에도 업무 폭주에 고객서비스 센터 연결이 1주일 넘도록 되지 않은 점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가 몰릴 것을 예상했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대면채널이 아닌 비대면채널인 까닭에 궁금증이 더욱 많았을 소비자들은 그저 기다려야 했다.
 
인터넷은행은 그저 몸집 키우기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다. 카카오뱅크는 직접적으로 수익에 영향을 끼칠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출범 2주일만에 5000억원 규모를 결정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여줬다. 케이뱅크 또한 연말 계획중인 유상증자 추진 금액을 1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리며 맞불을 붙이고 나섰다. 여기에 케이뱅크의 100%비대면 부동산담보대출, 카카오뱅크의 부동산 전·월세대출 등 새로운 상품의 등장예고까지, 인터넷은행들은 수익을 위한 부분에는 혼신의 힘을 쏟는 모양새다.
 
이같은 소비자보호를 외면하는 모습은 금융당국 탓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직후 금융혁신 가속화와 인터넷전문은행 간의 경쟁을 위해 제3인터넷 전문은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은산분리를 해결하겠다고 먼저 나서기까지 했다. 이에 반해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의 소비자 보호에 대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정치권에서 관련 포럼을 가지는 등 시그널을 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카카오뱅크가 처음 나올 때 준비할 점도 많았을텐데 소비보호제도까지 마련하면 규제로 작용하게 돼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활성화를 위해 기업과 금융당국 모두 ‘소비자보호’라는 측면을 눈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억울하다는 입장도 있겠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했다. 금융 소비자들의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한 기업과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를 감독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은 감독당국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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