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앞둔 신동빈 회장, 이유 있는 '광폭행보'

해외시장 점검·임직원 소통·민간외교까지…오너경영 '존재감' 부각 나서

입력 : 2017-11-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다음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내우외환 속에서도 쉴틈 없는 현장경영을 펼치고 있다. 검찰로부터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 받은 오너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광폭행보'다.
 
실제 신동빈 회장은 롯데 총수가 경영비리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국정농단 사건과 연류된 재판도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올해 초부터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롯데의 유통계열사는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이처럼 악재 투성이가 된 롯데그룹에게 오너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지는 시기가 된 가운데 신 회장은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들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최근 해외시장 점검과 임직원 챙기기는 물론, 정부와 발을 맞춘 민간 스포츠외교까지 넘나드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빡빡한 재판 일정 등으로 한동안 외부활동이나 적극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일거에 불식시키는 모양새다.
 
최근 신 회장은 인도네시아를 직접 방문, 현지 시장을 살펴봤다. 지난 7일 신 회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등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사업장 점검에 나섰다.
 
신 회장이 현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앤써니 살림그룹 회장 등 현지 기업 인사들을 만나 경제적 협력 확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현재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의 동남아 시장 매출은 5조9870억원으로, 해외 전체 매출 11조6000억원의 50%를 넘어섰다. 특히 최근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최대 해외 시장이던 중국 내 사업이 흔들리자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을 통한 성장세를 기대하는 눈치다.
 
신 회장은 지난 7월에도 베트남 현지 계열사 사업장을 찾았다. 베트남 하노이시 상업지구에 3300억 원을 투자해 2020년 롯데몰 하노이를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사전 점검을 위한 행보였다. 롯데는 신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하노이시 서호 인근 7만3000여㎡ 규모 부지에 전체면적 20만여㎡ 규모로 쇼핑몰, 백화점, 마트, 시네마 등이 복합된 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5월에도 미국을 방문해 허쉬, IBM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챙기는 등 글로벌 현장행보는 올 상반기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로 집무실을 이전한 뒤부터 임직원과 스킨십이 잦아진 것도 최근 달라진 행보다. 지난 9월 신 회장은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서울에서 그룹 내 여성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 중인여성 임원들로부터 현장 이야기를 듣고 격려했다. 지난 13일에는 신입사원 공채 면접 현장을 직접 찾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신 회장이 면접 현장을 깜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롯데측 설명이다.
 
최근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한 민간외교 역할까지 더 하고 있다.
 
대한스키협회장을 맡고 있는 신 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오버호펜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집행위원회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열린 재판을 마치고 심야 비행기를 이용해 1박4일의 빡빡한 일정으로 스위스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걱정하고 있는 안보 문제에 대해 "북한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출전권을 획득하는 등 북한의 참가를 긍정적으로 희망하고 있다"며 '평화 올림픽'이 될 것임을 강조하는 등 정부의 기조를 맞춘 스포츠외교 임무까지 수행했다.
 
재계 안팎에선 신 회장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는다. 우선 어수선한 그룹 분위기를 안정시키고 '뉴롯데' 출범 원년인만큼 임직원 동요를 막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은둔'을 즐기고 재산을 불리는 구태한 재벌가 오너의 이미지를 벗어내고, '젊은 오너경영'을 표방해 호의적인 여론 조성하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검찰 구형 외에도 갖가지 리스크가 겹쳐 집무실에 가만히 앉아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한편으로는 왕성한 경영활동을 부각시켜 총수 부재시 공백으로 인한 우려를 부각시키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세계스키연맹(FIS) 집행위원 회의에 참석한 FIS 지앙 프랑코 카스퍼 회장에게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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