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이를 빌미로 한 북한의 핵·미사일 추가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은 ‘북핵 위기의 외교적 해결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도 동시에 내놓으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북한은 핵 초토화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해 외국 영토에서의 암살 등을 포함한 국제적인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해왔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지정은 북한과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제재와 불이익을 가할 것이며 살인 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의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북한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미국이 테러지원국 재지정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존엄 높은 우리 공화국을 마구 걸고 드는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가를 통절하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핵·미사일 개발 명분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서 찾고 있는 북한이 추가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핵실험 징후가 식별되고 있지는 않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언제든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풍계리 핵실험장 내) 3번 갱도는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로 관리 중이며, 4번 갱도는 최근 건설공사를 재개했다”고 보고했다. 미사일 연구시설에서 차량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엔진 실험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북한은 지난 9월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후 추가도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변수는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통한 추가제재 방향에 대해 "매우 상징적인 조치이며 실질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제3자가 북한과 특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지장을 주거나 단념시키는 것이 이 조치의 실질적 효과"라며 중국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내놨다.
미국의 결정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강력한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어 낸다는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의 일환이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편으로는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화해분위기 조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특별한 관계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