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아시아 순방 후 중대발표’를 예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평소 지론인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연설을 했다.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 돌발발언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아시아 순방 후 첫 연설을 통해 "나는 우리의 오랜 동맹들에게 재확신을 주고 공통된 목표를 좇기 위한 새로운 친선을 도모하겠다고 맹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모든 결정, 행동에서 미국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위대한 미국이 다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가능성을 제기했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테러 행위에 가담하거나 지원·방조한 나라를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해 매년 발표하고 있다. 현재 이란과 수단, 시리아 등 3개국이 명단에 들어있으며 북한은 1988년 지정됐다가 2008년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 후 북한과 무역 문제에 대한 '중대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해 추가적인 대북 압박정책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북한이 지난 9월15일 이후 60여일 간 핵·미사일 도발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미 간 대화채널을 언급하는 등의 상황까지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올해 들어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사건 등이 이어졌지만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위한 법적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사건들이 '지속적인 테러지원 활동'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미 행정부 내에서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나라들에 북한 정권 고립을 위해 단합해 달라고 촉구했다"며 "북한이 위험한 도발을 멈출 때까지 모든 무역, 상업 연계를 끊어 달라고 호소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내용을 전하며 “시 주석이 북한 핵무장은 중국의 중대한 위협임을 인정했다. 과거 거듭 실패한 이른바 '동결을 위한 동결' 협정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기존 대북 정책인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중단)을 수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동아시아정상회담(EAS) 회담장 앞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에게 아시아 순방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