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한국이 우리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는 것을 믿는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과거 미국의 자제를 유약함으로 해석할 경우 치명적 오산이 될 것”이라고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회 연설에서 “양국의 동맹은 전쟁의 시련 속에서 싹텄고 역사의 시험을 통해 강해졌다”며 한미동맹이 오랜 기간 많은 희생을 통해 형성된 것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천상륙작전부터 폭찹고지(pork chop hill) 전투에 이르기까지 한미장병들은 함께 싸웠고 함께 살아남았으며 함께 승리했다”며 “근 67년 전인 1951년 봄, 양국 군은 오늘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서울을 탈환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1953년 정전협정에 서명했을 당시 3만6000여명 미국인이 한국전쟁에서 전사했으며 10만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들은 영웅이며 우리는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양국 장병의 희생이 발판이 되어 오늘날 한국의 발전이 이뤄졌다는 점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두 세대에 걸쳐 기적과 같은 일이 한반도 남쪽에서 일어났다”며 “한 가구씩, 한 도시씩 한국민들은 이 나라를 오늘의 모습으로 바꿔놨다. 한국은 이제 전세계적으로 훌륭한 국가로 발돋움했으며 이에 대해 축하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체 35분 가량 걸린 연설의 대부분을 대북메시지에 할애했다. 그 중에서도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규탄하고 김정은 체제를 직접 비난하는데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종교집단처럼 통치되는 국가이며 군사적 이단국가”라며 “그 중심에는 정복된 한반도와, 노예가 된 한국인을 통치하는 것이 지도자의 운명이라는 착란적 믿음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 노동자들은 끔찍하게 긴 시간을 견디기 힘든 조건에서 무보수로 일한다”며 “주민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여기기는커녕잔혹한 독재자는 주민들을 저울질해 점수를 매기고 국가에 대한 충성도를 자위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고 비판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경고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나는 우리 양국뿐만 아니라 모든 문명국가들을 대신해 북한에 말한다”며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또한 우리를 시험하지도 말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비판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낮은 수위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북한의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북한과 평화·번영의 미래를 원한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지도부에 대해 "당신이 지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다"며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과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를 그 조건으로 내걸었다.
당초 예상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등에서의 통상압력 관련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상문제에 대해 우리가 준비하는 것을 설명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간결하게 끝난 것 아니겠냐”며 “갈등 없이 양국 간 공조 하에 모든 의제가 조율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국회 연설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뒤이어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는 것으로 1박2일 간의 국빈방문 일정을 마쳤다. 현충원 참배 직후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출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2박3일 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외교사절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