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당 지도자들의 막말성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싸가지 없게’, ‘저능아’ 등과 같은 누구나 알 수 있을 법한 욕설이 등장하고, ‘검찰의 망나니 칼춤’, ‘지진은 하늘이 준 경고’와 같은 구절도 여과없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막말과 독설만 난무하는 정치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를 접하는 많은 국민은 정치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5일 문재인정부를 겨냥해 “사회주의 경제정책으로 서민이 살기가 더욱 팍팍해져 가는 마당에 말춤이나 추면서 축제를 즐긴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필리핀 순방 당시에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 참석해 말춤을 춰 화제가 됐던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23일 원외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한 원외 지역위원장 협의회장에게 “왜 싸가지 없이 말하는데”라며 두차례 발끈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는데 통합에 반대하는 협의회장이 안 대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항의하자 발끈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보다 화제가 된 것이 안 대표의 ‘싸가지’ 발언이다. 국민의당 내부 관계자들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싸가지 없다’는 말은, ‘버릇이 없다’, ‘윗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욕설이다. 지금까지 국민에게 보여진 안 대표의 이미지로 볼 때, 믿기지 않을 수준의 발언 수위다.
막말 정치는 안 대표가 주장한 새정치와 거리가 한참 멀다. 지난 총선에서 인재영입 3원칙을 천명하면서 막말 정치인과 함께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안 대표로서는 그의 막말이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좁히는 효과로 작용할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계산성 발언이든, 의도치 않은 감정적 표현이든 제1, 제2 야당 대표의 막말은 그 자체로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공교롭게도 두 대표는 모두 원외인사다. 원외인사로서의 조급함이 화를 부른 것일까.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에서 정치적 위기 상황에 놓였다는 점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언어는 생각의 표현이다. 생각은 그 사람의 세계다. 언어는 그 사람의 세계를 보여주는 표현인 것이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기도 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정치권의 막말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정제된 언어로 세련된 토론이 이어지는 우리나라 정치권을 보고 싶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