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자폐증과 감각처리장애(1) - 자폐 진단체계, ‘감각추구’ 포함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입력 : 2017-12-02 오전 6:00:00
자폐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정리된 바가 없다. 유전적인 원인을 말하기도 하고 환경적인 원인을 말하기도 한다. 자폐증의 근본 발생원인은 다음에 구체적으로 논하고, 이번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질환의 현상체계가 나타나는 원인을 다루고자 한다.
 
분명한 것은 자폐스펙트럼장애는 ‘감각처리장애(Sensory Processing Disorder)’라는 것이다. 감각처리장애는 아직 생소한 표현이지만 점차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용어다. 필자는 수많은 자폐증 아이들을 치료하며 자폐증을 발생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감각처리장애임을 확신하고 있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듯이 자폐 아동들도 각기 다른 특징의 감각처리장애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펙트럼장애’라는 말 자체가 질환의 표현 양식이 다양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이렇게 다양한 형태를 띠는 이유는 감각처리상에 개인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자폐 아동의 행동 양식을 이해하려면 그들 고유의 감각처리장애 상태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자폐적인 행동을 수정하려면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아동의 감각처리이상 상태를 교정해야 한다.
 
자폐증의 실체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다보니 학자에 따라 자폐 증상을 규정하고 분류하는 데 이견과 혼동이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하는 정신질환 진단기준인 DSM에도 매번 변화가 반영된다. 2013년 발표된 DSM-5는 이전 DSM-4에 비해서 진단체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바로 ‘감각추구’를 진단기준에 포함시킨 것이다. 즉 외부 자극에 대한 이상반응(예컨데 통증을 잘 못 느끼는 감각상의 이상이라든지 역으로 접촉 자체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보이는 과민성 등) 내지는 자해행동으로 이해되는 자기 감각추구 현상들이 존재하는 것을 진단기준에 포함시켰다. 이전 DSM-4에도 감각추구에 대한 규정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진단에 필수적인 증세로 분류된 것이 아니라 자폐증에 동반될 수 있는 부수적인 증세로 설명됐다. 그러나 DSM-5에 이르러서는 이를 부수적인 증세가 아니라 진단기준 중의 하나로 포함시킨 것이다. 이는 매우 중대한 변화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감각이상, 비정상적인 감각추구는 특별한 경우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각장애 현상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사이에는 아주 긴밀한 인과 관계가 있음을 예견케 한다.
 
감각이상의 범위를 좀 더 넓혀서 생각한다면 문제는 더 분명해진다. 예컨대 DSM-5 진단체계는 ‘제한되고 반복적인 행동, 관심 또는 활동 패턴’ 중 일부 현상으로 감각이상 반응을 나열하며 그 외에도 3가지 이상행동을 제시했다. 상동적인 움직임과 동작, 동일성으로 반복되는 언어나 행동, 그리고 제한되고 고착된 관심 등을 감각 이상과 구별하여 제시한다. 그러나 자폐스펙트럼 장애들이 보여주는 제한된 행동 양식 역시 감각장애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들은 새롭게 경험되는 감각 상태를 경험하기에는 감각처리능력이 매우 취약한 경우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정상인을 기준으로는 비정상적인 행동 양식이 실은 비정상적인 감각 상태를 만족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DSM-5에서 감각이상을 진단체계 안에 포함시킨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제한된 활동 패턴까지 감각이상의 결과라고 이해한다면 감각이상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 위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자폐, 이겨낼 수 있어》의 내용 일부를 수정 편집했음.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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