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피의자인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한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오는 4일 오후 2시 전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날 전 전 수석을 상대로 기존에 제기된 롯데홈쇼핑 후원금과 함께 새로 추가된
GS홈쇼핑(028150) 후원금이 협회에 지원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의자로 구속됐던 협회 사무총장 조모씨가 석방되면서 전 전 수석에 대한 신병 확보는 검찰 수사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전 전 수석은 2015년 7월 재승인을 앞둔 롯데홈쇼핑이 협회에 3억원을 후원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전 수석은 롯데가 발행한 상품권을 가족이 사용하도록 하고,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윤모씨 등이 3억원의 후원금 중 1억1000만원을 횡령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GS홈쇼핑이 2015년 협회에 전달한 1억원 상당의 후원금도 빼돌려진 정황을 포착해 지난달 28일 GS홈쇼핑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어떤 과정에서 이례적인 후원금이 납부됐는지를 살펴보고 있다"며 "GS홈쇼핑도 윤씨가 개입한 정황이 있고, 상당 부분 조사된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윤씨 등 3명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현재까지 윤씨 등이 빼돌린 협회 자금은 5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검찰은 전 전 수석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반영해 이들의 나머지 혐의를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전 전 수석을 피의자로 조사하고, 같은 달 22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제3자뇌물)·뇌물수수·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그달 25일 "피의자의 범행 관여 여부와 범위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관련 자료가 대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이고, 관련자들이 구속돼 진술 조작 등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낮은 점, 피의자가 도망할 염려가 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51부(재판장 신광렬)는 지난달 30일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윤씨 등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씨에 대한 구속적부심사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긴급체포하는 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다"며 "긴급체포가 위법하면 구속영장 발부도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조씨에 대해 법원이 석방을 결정한 직후 "긴급체포를 적법하게 해 영장전담 판사도 영장을 발부한 것이 아닌가"라며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적부심을 인용하고, 석방한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