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았다. 중국은 한국에게 제1의 교역 파트너다. 1992년 수교 이후 대중 수출은 47배 늘었다. 수입도 23배 커졌다. 중국에게도 한국은 수출 4위, 수입 1위로 그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양국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중국은 사드를 빌미로 경제를 압박했다. 중국의 투자유치 정책에 이끌려 현지에 발을 들인 기업들은 졸지에 ‘볼모’가 됐다. 외교적 불똥이 경제로 옮겨 붙었지만, 기업들은 딱히 취할 수단이 없었다. 현지 사정 악화로 사업을 접거나 동남아 등지로 터전을 옮긴 곳도 다수다.
이제 빗장은 풀리고 훈풍이 부는 조짐이다. 지난 10월31일 한중 양국이 관계 개선을 발표했다. 이달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은 긴장관계를 완벽히 푸는 계기로 주목받는다. 일례로 LG디스플레이의 중국 OLED 합작투자 이슈는 마무리 국면이다. 정상회담에서 재화합을 다지는 선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미 사드 갈등으로 중국의 불합리를 충분히 학습했다. 중국의 특허 전략도 상식을 벗어나 있다. 중국에 합작투자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을 공유해야 한다. 중국은 특허를 끌어 모으기 위해 반강제적인 기술 이전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진출 허가의 전제조건은 합작투자이며, 현지에 연구개발센터를 짓도록 하는 한편, 자국에 우선 특허를 등록토록 암암리에 강요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트럼프정부가 산업기밀 유출을 포함한 중국의 불법적 관행 시정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이 현재 중국에 우위를 보이는 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로 압축된다. 나머지는 이미 추월당했거나 추격권에 놓여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반도체는 ‘뇌’, 디스플레이는 ‘눈’, 2차전지는 ‘심장’으로 표현된다. 국내 기술인력 탈취 등 중국이 호시탐탐 기술 이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사드 논란으로 중국만 고집하던 기업들의 시각에도 변화가 있다. 제2의 사드 사태가 언제 재연될지 모른다는 경각심이 생겼다. 중국 시장에만 안주했던 기업들은 기초체력 다지기에 나섰다. 사드 후유증으로 중국 사업이 어려워지자 동남아, 중동 등에 진출해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는 전화위복 사례도 들려온다. 일본은 중국과의 영토분쟁 이후 ‘차이나 플러스 원’ 정책을 세웠다.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순 없지만, 대안으로 다른 시장과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동남아, 인도, 남미 등에 진출하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
사드 해빙으로 중국 사업이 마냥 좋아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중국은 이전부터 산업 고도화를 목표로 외국인 직접투자를 선별하고 인건비를 올려왔다. 사실, 사드 논란과 무관하게 중국 진출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던 국내 제조공장들은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현지 규제당국이 환경문제를 이유로 도시계획을 바꾸면서 강제적인 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양국 정상이 발전적 협의를 거쳐 국내 기업들에 대한 부당한 관행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경제 보복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못을 박는 선언적 조치도 필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산업1부 재계팀장 이재영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