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 결정을 다시 미뤘다. 조선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금융과 산업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한다. 퇴출을 목전에 뒀던 일부 조선소들은 정확한 진단을 기대하는 동시에, 생존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해 희망고문이 길어지고 있다. 경쟁력 회복도 요원해 보인다.
정부는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김 부총리는 이날 "내년 초 새로운 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책은행과 채권단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업 구조조정을 산업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해 정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8일 김동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재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김 부총리는 "내년 초 새로운 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당초 이날 발표 예정이었던 중견 조선업 구조조정이 내년으로 늦춰지면서 업계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특히 주 채권단의 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내년 발표 전까지 정부의 입만 바라보게 됐다.
일각에선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이 늦어질수록 조선사의 수주활동도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해외 선사들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된 조선사에 선박 발주를 꺼리는 것은 예상된 난제다. 심지어 최근에는 채권단이 일부 조선사들의 수주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노조)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 실사를 진행한 뒤로 회사가 수주활동에 통제를 받았다"며 "회사가 외국 선사들과 맺은 최대 14척의 선박 건조의향서(LOI)에 대한 본계약도 체결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도 변수다.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구조조정 방침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와 맞물릴 경우 지역 여론 등을 의식해 구조조정 결정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 싱가포르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해외 조선사들도 위협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먹거리이자 기술경쟁력에서 우위라고 평가받던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과 해양플랜트는 최근 중국과 싱가포르에 수주를 뺏겼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적 측면에서 새로운 컨설팅을 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정책 결정이 길어지면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올라온 기업들의 수주환경에는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