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조선업계 구조조정 초읽기

"RG 발급 지연은 구조조정 수순"…STX조선·성동조선 생존 기로

입력 : 2017-11-07 오후 4:31:24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중견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 은행의 실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일부 조선소의 퇴출 여부가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르면 연내 일부 조선소의 구조조정 방침이 정해질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금속노조 경남지부 등은 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STX조선해양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등 중견 조선업계가 금융권의 RG 발급 지연에 선박 수주를 하고서도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선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조선소에 대한 정부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7월 그리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5만1000DWT(재화중량톤수)급 MR탱커 2척에 대한 RG 발급이 지연되고 있다. 선주와 협의해 RG 발급 기한을 2차례 연기했지만, 오는 23일까지 금융권의 지원이 없으면 선박 수주 계약은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성동조선해양은 RG를 발급받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성동조선은 지난 5월 그리스 선사 키클라데스로부터 11만5000DWT급 원유운반선 5척을 수주했다. 금융권에서 RG도 발급받았다. 그러나 이달 4일 마지막 건조 선박을 선주에 인도하면서, 현재 야드가 비었다. 키클라데스 원유운반선 건조는 내년 1월 초에나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추가 수주 소식도 끊겼다.
 
7일 오후 국회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과 금속노조 STX조선해양지부, 성동조선해양지부 등이 'STX조선해양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문제는 이들 중견 조선사의 주요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 은행이 중견 조선업계의 생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연내 중견 조선소의 구조조정 방침이 확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TX조선의 RG 발급 지연이 중견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위한 수순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성동조선도 금융권이 선주에 건조 예정인 선박 5척에 대한 보상을 해주고 문을 닫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4일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성동조선의 독자생존이 어려울 경우 정리 여부를 포함한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조선업계는 중견 조선업계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에 의한 일방적 구조조정이 아닌 조선산업의 관점에서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 조선소는 대형 조선소들이 수주하지 않는 선박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선 대형 조선소와 더불어 허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중견 조선소의 생존 전략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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