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영국의 다이슨이 LG전자가 제품 성능을 과장해 광고하고 있다며 국내 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업계에서는 다이슨이 장악하던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LG전자가 급격히 세를 키우자, 경계 차원의 제동으로 해석하고 있다.

 

10일 법조계와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는 다이슨이 LG전자를 상대로 낸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의 첫 심리를 열었다. 다이슨은 지난달 15일 LG전자의 코드제로 A9 청소기 광고가 제품의 흡입력과 모터 성능 등을 과장했다며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문제가 된 광고 문구는 '항공기 제트엔진보다 16배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초고속 스마트 인버터 모터', '오래도록 강력한 흡입력' 등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코드제로 A9의 성능 측정은 독립된 공인기관으로부터 객관적인 방법으로 시험·조사됐다"며 "다이슨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반론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다이슨이 LG전자 등 국내 업체의 반격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슨이 내세우던 흡입력 등의 성능은 이미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됐다. 각 사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다이슨의 V8 카본파이버의 최대 흡입력은 155AW(에어와트), 삼성전자 파워건은 150W(와트), LG전자 코드제로 A9은 140W다. 업계는 와트와 에어와트가 단위 명칭만 다를 뿐, 같은 수준의 흡입력으로 본다.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다이슨의 무선청소기 판매량이 코드제로 A9이 출시된 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슨의 가처분 신청은 위기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양사 간 법정 다툼은 이번이 세 번째다. 다이슨의 위기감 고조와 함께, LG전자 역시 무선청소기 시장 1위 달성을 위해서는 다이슨을 꺾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충돌하면서 법정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LG전자는 호주연방법원에 자사 제품을 가장 강력한 무선청소기라고 광고한 다이슨에 대해 허위광고 금지 소송을 냈다. 당시 다이슨이 LG전자 주장을 받아들여 소송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지난해에는 다이슨이 국내 언론을 초청해 LG전자 무선청소기와 성능을 비교하는 시연행사를 열자, LG전자는 고소로 맞불을 놨다. 다이슨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LG전자는 형사고소를 취하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