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을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회로 삼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 한반도 안보상황 등을 이유로 한때 참가를 머뭇거렸던 일부 국가의 올림픽 참가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북한의 참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 <NHK>는 11일 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한미 양국이 매년 3월 전후로 실시해온 합동군사훈련(키리졸브·독수리훈련) 시기를 평창동계올림픽·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과 겹치지 않도록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유엔은 지난달 총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모든 회원국이 분쟁 등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휴전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올림픽 개막 1주일 전(2월2일)부터 동계패럴림픽 폐막 1주일 후(3월25일) 사이로 설정된 올림픽휴전 기간만큼은 군사훈련을 중단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 돼왔다. NHK도 “훈련 시기를 조정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된 상황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동시에, 북한의 참가를 촉구하려는 생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단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학계와 국책연구기관 등에서 그 필요성을 계속 제기하는 중이다. 통일연구원의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4일 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한·미 연합 해병대 상륙훈련 ‘쌍용훈련’을 중단해 북한 핵동결을 유도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정부 내에서도 관련 논의는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의 5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대내외에 홍보하기 위해 북한의 참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훈련 연기를 고려해볼만 하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종교지도자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면 스포츠분야에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 또 강원도가 지자체 차원에서 대화를 할 수도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북한참가 지원 등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상태다. 정부·여당에서는 남북한 사이의 경색국면을 평창동계올림픽 전후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방북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오면서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지난 7·9월 연이어 바흐 위원장을 만나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바흐 위원장의 방북이 이뤄지길 소망한다”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이뤄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우리 정부가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계속 나온다. 한 외교전문가는 “만일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한다고 해도 특별한 뜻을 갖고 왔다고는 보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국면이 올 것’이라는 전망은 소망이지 분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한다 해도 결정을 최대한 늦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역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을 제외한 다른 주요 IOC 회원국의 올림픽 참가는 점차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10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평창올림픽에 전체 선수단을 파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헤일리 대사는 얼마 전 한반도 안보상황을 이유로 미국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여부를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말하며 우리측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을 긴장시킨 바 있다. 과거 올림픽에서의 도핑 조작을 이유로 IOC가 러시아 선수단에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선수들의 개인자격 출전을 허용한 점도 우리로서는 호재다.
서울 송파구 평창동계올림픽 서울사무소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