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외항만시장, 우리만의 ‘코리아루트‘로 승부하라

입력 : 2017-12-14 오전 6:00:00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세계 제3의 물결을 주도할 4대 핵심산업으로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공학(BT), 우주산업과 함께 해양산업을 꼽은 바 있다. 4차 산업화 시대로 본격 진입하고 있는 오늘날, 인류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터전으로서의 바다와, 바다로 나가는 길목인 항만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항만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특유의 성실함과 책임감을 발휘하여 세계 곳곳에 항만, 도로, 철도 등을 건설하면서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추진동력으로 역할을 다해 왔다. 그 결과, 반세기만에 항만 관련 해외건설사업 누적 수주액이 7천 7백억 불을 돌파하였으며, ‘리비아 대수로 공사’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Jubile) 산업항 공사’ 등 인류 문명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특히,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로 평가받는 주바일 산업항 공사 계약금은 당시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달하여 해외건설 중동신화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인프라 개발 패러다임이 단순도급에서 투자개발형(PPP ; Puclic-Private Partnership)으로 변화하면서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사업주가 금융을 조달하여 투자하고 운영 과정에서 수익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그간 단순도급형 사업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 항만건설업계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전체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감소한 것도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9세기 당나라와 신라, 일본을 잇는 무역항로를 개척한 해상왕 장보고의 후예들이 아니던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다양한 해외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우리만의 새로운 ‘코리아루트’를 찾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앞으로 세계 인프라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반가운 예측이 들려온다. 맥킨지(Mckinsey)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프라 투자 수요는 2013년부터 2030년까지 18년간 57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국가의 수출입 관문인 항만에 대해 최근 다자개발은행 등의 막대한 개발자금이 투입되면서 항만 인프라 투자 수요가 2030년까지 약 7천 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은 이 시장을 선점하고자 이미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전략을 세우고, 육·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기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하여 아시아, 아프리카 각국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도 민·관 합동으로 해외 인프라사업 전문지원기구인 ‘조인(JOIN)’을 설립하여 세계 각국의 항만, 도로 등 물류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양수산부는 경쟁국의 파상공세에 대응하여 우리기업의 해외 항만시장 진출 지원을 위한 ‘코리아 컨소시엄(Korea Consortium)’을 구성하고 관련 지원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코리아 컨소시엄’은 정부와 공기업, 건설사, 선사, 운영사, 금융회사 등 관련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해외 동반진출을 도모하기 위한 조직체이다. 우리 항만건설기업의 뛰어난 기술력과 관련 공기업의 유지관리 노하우, 금융 조달력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가미한다면 제2의 항만 건설 신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해양수산부는 해외항만개발 마스터플랜 수립, 타당성 조사 등 연계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내외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금융 조달 부문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특히, 단순 항만건설사업 뿐만 아니라 배후단지나 내륙항(dry port) 개발, 수리조선소 등 사업 진출 모델을 다변화하고, 우리의 우수한 항만자동화 운영 시스템 등 기술 진출 방안도 모색하는 등 경쟁국과 차별화된 우리만의 ‘코리아루트’를 개척해나갈 것이다.
 
얼마 전 세계 2위 환적허브인 부산항의 올 한해 물동량이 2천만 TEU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우리의 땀과 열정으로 부산항과 같은 세계 일류 항만을 일구어낸 것처럼, 해외 항만시장에 우리의 열정과 기술을 쏟아 부어 우리만의 ‘코리아루트’로 다시 한 번 글로벌 해양강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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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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