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재인정부 최대 주주는 시민

입력 : 2017-12-19 오전 6:00:00
이강윤 칼럼니스트
“물정 모르는 아마튜어”라는 빈정댐이 벌써 들리는 것 같지만, 아직도 생생한 작년 이 맘때 촛불광장을 생각하며 자경(自警)의 소리를 하고자 한다.
 
지난 시절의 불법과 불의에 대한 분노를 개혁의 원동력으로 삼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단기적으로는 내년 새해가 문재인정부 1차 시험대라는 건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정권 운영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개헌이라는 중대 문제가 걸려있고, 향후 국정운영의 정치적 기반과 지향점을 확인하는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내년 선거에서 조성되는 정치세력간 역학 관계와 지형도는 한국정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주권’과 ‘이게 나라냐!’로 대변되는 시대적 요구를 거스르려는 부패 수구세력들을 지방선거와 개헌국면을 통해 여과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다.
 
아울러, 개혁 추진세력 내부에서도 자성이 필요하다. 지난 대선 시기 무슨무슨 직능본부나, 각종 특보단이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조직되고 활동했다. 역사의 흐름 앞에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적이고 순정적인 열정으로 활동한 그룹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그 중 일부는 ‘간판’ 내걸고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정권교체의 과실을 따먹으려드는 정치기술자와 ‘완장’들도 일부 있다. 그런 건 걸려져야 한다. 양지만을 좇는 해바라기 정치기술자들과 얼치기 완장들 때문에 촛불혁명이 훼손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은 4·19와 5·18을 잇는 아래로부터의 거대한 지각변동이었다. 광장에서는 너와 내가 없었지만, 광장 이후 새 정권이 출범하고 개혁작업이 시작되면서 이른바 ‘정치’가 꿈틀대고 있다. 정권교체 후 늘상 있어왔던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정치 문법’이 작동되어서는 안된다. 문재인정부의 출범은 정당 간 승부 끝에 판가름난 일반적 정권교체가 아니다. 시민들이 선거의 주체가 돼 ‘호출’하고 ‘임명’한 정권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밝힌 대로 ‘시민 정권’이다. 여기에 이 정부의 정체성과 숙명이 담겨있다.
 
새 정부 출범의 최대 기여자는 정권교체기에 잽싸게 운신하는 정치기술자나 각지의 토호성 조직책이 아니라 시민이다. 결과론이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대통령박근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던 순간 정권교체는 실질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5월9일 치러진 대통령선거는 민심소재를 재확인하고 법적으로 공식화하는 절차였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느냐보다는 표 차이와 순위가 관심사였다.
 
새 정부 출범의 최대 공헌자는 시민이기에, 과거 역대 정권교체 이후 가동된 ‘정치 문법’이 적용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새 정부 출범 후 “정권교체 기여자”라며 어깨에 힘주고 논공행상을 시도하거나, 정권교체의 댓가를 ‘자리 보상’으로 기대하는 건 촛불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적폐 청산과 ‘세력교체를 통한 시대교체’가 촛불광장의 정신이자 요구였다. 이 정신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와 행위자들은 촛불혁명의 이름으로 걸러져야 한다.
 
정권교체가 확실한 상황에서 당선 유력후보 주변에 줄 대서 이름 석 자 걸치고 권력의 부스러기나 콩고물을 기대하며 뛰어드는 것을 주변에서 제법 봐왔다. 이런 저런 기관장 자리에 자가발전 하마평을 흘리는가 하면, 심지어 정부 공모직에 조차 “이 자리는 아무개가…”식의 내정자 배치 얘기가 아직도 들린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만일 그러하다면 합격증 미리 받아들고 대학에 원서내는 꼴이다.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대국민 사기이자 범죄다. 그럴 거면 뭐하러 공모를 하는가. 정부의 공모 공지만 믿고 지원한 사람들은 들러리 아닌가. 박근혜정권에서 자행된 금융감독원이나 강원랜드의 인사비리가 바로 그랬었다. ‘정히 써야 할 적재적소의 사람’이라면 공모형식이 아니라 심사 후 임명하면 된다. 코드 인사는 결코 나쁜 게 아니다. 그러나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평하며,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문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이 한갓 선거용 슬로건으로 전락한다면 촛불정신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빚진 게 없으면 자유롭다. 문재인정부는 시민 말고는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았다. 현 정부에 대한 유일한 채권자이자 대주주는 시민이다. 그러니 오로지 시민만 보고 가면 된다. 그러면 실패할 일이 없다. 채권자이자 최대 주주인 시민을 어느 누가 참칭하거나 대신할 수 있겠는가, 하려 하는가.
 
이강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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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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