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일감절벽을 맞은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 11월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에 단 한 건도 성공하지 못했다.
21일 외신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영국 석유화학기업 브리티시석유회사(BP)는 아프리카 또르뚜(Tortue)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해양플랜트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BP는 이 프로젝트에 투입할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2기를 발주할 예정이다. 또르뚜 프로젝트의 전체 사업 규모는 58억달러(6조5000억원)다.
국내 조선업계에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참여 제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영국 해양플랜트 전문지 업스트림 등 주요 외신은 BP가 또르뚜 FPSO 입찰의 우선 협상대상자를 조만간 선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토탈(Total)의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미국 엔지니어링 업체 KBR과 협력해 입찰에 응했다. KBR이 FPSO를 설계하고, 현대중공업이 건조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현대중공업과 KBR이 타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KBR은 또르뚜 프로젝트 사전설계(Pre-FEED)에 참여했다. 또 BP와의 관계 등이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BP는 내년 9월 중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고, 하반기 중 기본 설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생산은 2021년부터다.
현대중공업이 또르뚜 FPSO 입찰에 성공하면, 2014년 11월 이후 첫 해양플랜트 수주다.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지 3년이 넘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플랫폼 1개 프로젝트만 남아 있다. 이마저도 내년 6월이면 마무리돼 7월부터는 해양플랜트 일감이 한 건도 남지 않는다. 또르뚜 FPSO 입찰 마저 성공하지 못할 경우 해양플랜트 사업은 당분간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직원들은 순환휴직 중이다.
조선업계는 최근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 재개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고, 제조원가 하락 등의 이유로 해양플랜트 발주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싱가포르 등 저가로 입찰에 참여하는 국가들과의 경쟁은 방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내년에는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최종 수주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는 내년 전세계 해양플랜트 사업 발주 규모가 1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는 90억달러 규모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