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사드보복'으로 혹독한 시절을 보내야했던 유통업계가 한중 정상회담 전후로 불어오는 중국발 훈풍에 기대를 걸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중국의 보복조치가 본격화됐던 올해는 산업계 전반이 위기를 겪었지만, 그중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컸던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올 3월부터 본격화된 금한령을 필두로, 유커 덕에 웃던 면세점과 화장품 업계는 실적 악화에 휘청댔고,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눈덩이같이 불어나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이같은 보복조치로 대형마트 등은 중국시장에서 철수 하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드 배치 이후 발생한 대 중국 무역 손실 추산액은 18조원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유통업계 범주에 드는 쇼핑과 식음료 업종은 각각 12.6조원, 2.4조원으로, 15조원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 기간 손실은 막대했지만 기업들이 새로운 살길을 찾아 동남아와 러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롯데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집중했다. 오는 2020년까지 330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하노이시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 쇼핑몰과 백화점·영화관을 아우른 '롯데몰 하노이'를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또 호찌민시에 총 2조원을 투입해 2021년까지 '에코 스마트시티'를 건설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090430)도 지난 9월 뉴욕 현지에 이니스프리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며 북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오리온(271560)도 중국에 의존하던 글로벌 전략에서 탈피해 최근 러시아에 신규공장 설립에 나서는 등 동남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유라시아 벨트 구축을 본격화 하고 있다.
면세업계도 새로운 시장 찾기에 분주하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9월 다낭국제공항 신터미널에 다낭공항점을 임시 오픈해 국내 면세점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앞서 6월에는 태국 방콕 번화가인 알씨에이(RCA)거리에 위치한 쇼디씨(SHOW DC)몰 내에 롯데면세점 태국시내점을 열었다.
호텔신라(008770)도 최근 홍콩 첵랍콕 공항 면세점을 개장해다.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여객터미널은 아시아 3대 국제공항 중 하나로 신라는 첵랍콕 공항면세점에 1870억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동남아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중국은 놓칠수 없는 최대 시장 중 하나다. 업계는 한·중 갈등에 마침표가 찍어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내년 글로벌시장에서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분위기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정부의 노력 덕분에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의 관계개선 노력이 계속된다면 내년 중국시장에서 본격적인 성장세를 이루는 한편 동남아들 새로운 시장에서도 도약하는 일대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