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성화고등학교 등 직업계고등학교의 취업률이 역대최고를 기록했다. 이들 학교생의 취업률은 50.6%로 17년 만에 최고치를, 마이스터고등학교의 경우는 무려 93%의 취업률을 보였다. 청년실업률이 8.6%로 1999년 이래 최고이고 체감실업률은 21.7%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니 어느 분야에서든 취업률이 상승한다는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다. 이는 그동안 고졸출신의 채용확대, 중소기업근무 시 4년간의 군복무연기, 취업 후 사내대학과 계약학과를 통한 학위취득지원 등 정부와 산업계가 나서서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최근 특성화고 실습생 사망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특성화고등학교 실습생의 사고와 죽음으로 이런 저런 논란이 일고 있다. 많은 학생들의 죽음을 초래한 세월호 침몰사고의 트라우마도 가시지 않아 이런 뉴스를 접하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생각난다. 재발방지대책에도 의견이 분분한데, 실습생안전사고가 반복되므로 완전폐지하자는 측과 현장실습을 유지하되 부실관리·감독을 개선하자는 측으로 나뉜다.
일부언론에서는 내년부터 특성화고의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이 전면 폐지된다고 보도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근로중심형 현장실습'의 문제를 개선해 '학습중심현장실습'으로 바꾸고 기간도 최대 6개월을 최대 3개월 이내의 취업준비과정으로 하겠다는 내용이다. 교육전문가에 따르면 현장실습기간의 단축과 학습중심형으로의 전환은 이미 정해진 내용으로써 수년 내에 시행예정이었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지 전면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학생이자 근로자인 실습생의 모호한 신분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일련의 사고는 제도나 정책적인 문제보다는 현장의 작업관리의 문제가 더 큰 원인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지나치게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현장에서의 관행이나 행태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사고예방이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습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재고하면 좋겠다.
첫째, 현장실습은 실습과 취업을 분리하기보다는 조기취업형과 학습중심형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학교 또는 학과에 따라 실습기업특성이 다르므로 이를 반영하고 학생은 교사의 지도아래 실습유형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둘째, 제도의 마련과 운영과정에 기업-학교-학생의 입장이 반영되고 이들이 논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문제와 답은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학생과 기업에 명확한 실천매뉴얼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학생들에게 실습업체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기회를 제공하고, 사전교육과 후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의 취업률을 높이고자 학생을 부적절한 기업에 보내면 안 된다. 넷째, 기업이 적절한 실습제공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우선 안전이나 위생, 사내에서의 인격침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임자나 간부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대표자가 직접 실습생에 관심을 보이고 나아가 후원자로써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통계에 따르면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은 27만4000명에 이르며 전체 고등학생 167만명중 16.4%에 불과하다. 이중 절반인 14만명이 취업을 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25만명의 인력부족을 겪고 있다. 따라서 특성화고 출신의 중소기업진출은 매우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 각 부처는 중소벤처기업과 특성화고생의 취업연계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성화고생은 앞으로 4차 산업시대의 현장인재로써 그 역할과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들은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취업과 ‘선 취업 후 진학’을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경험을 토대로 미래의 중소벤처기업가로 성장할 수도 있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기업가들이 특성화고 출신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 않은가.
현장실습은 기업과 종업원의 만남이자 ‘현재와 미래의 기업가’가 만나는 계기가 된다. 젊은이들이 현장경험과 경력을 쌓아 경영자 또는 기업가로 성장할 출발점을 제공하기도 하다. 특성화고등학생은 우리산업과 사회의 소중한 인적자산이다. 다시는 특성화고생의 실습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지금 이순간도 산업현장을 향하는 특성화고생에게 우리사회가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보냈으면 좋겠다.
이의준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