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vs롯데가…호텔사업 진검승부

창업주 손녀간 맞대결 눈길…'신라스테이'·'L7' 앞세워 비즈니스호텔 확장

입력 : 2018-01-0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지난해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던 호텔업계가 올해 훈풍이 예고되는 가운데 두 재벌가 창업주 손녀딸들의 대결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가의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과 롯데가의 장선윤 호텔롯데 전무가 그 주인공들이다. 최근 호텔사업은 재벌가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3·4성급 비즈니스호텔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두 사람은 새로운 호텔 트렌드를 주도하고 영역을 확장하며 올해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이병철 삼성그룹·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손녀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공교롭게 건강이 악화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최근 횡령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부친과 모친으로 두고 있어, 경영에서 멀어진 2세들을 대신해 향후 그룹 내 역할도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닮아있다.
 
차이점은 이 사장의 경우 2010년부터 호텔신라 사장으로 취임하며 8년째 호텔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면, 장 전무는 2015년 호텔롯데 경영일선에 오른지 3년밖에 되질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장 전무와 달리 '대표'의 지위를 가진 회사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중국인관광객 감소 여파로 인해 면세점 사업에서 위기를 겪었지만, 비즈니스호텔체인 계열사 '신라스테이'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라스테이는 불황에 빠진 호텔업계에서 이부진 사장이 던진 승부수였고, 그 결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성과로 발현되고 있다.
 
지난 2013년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첫 선을 보인 신라스테이는 이후 공격적인 출점을 진행하며 2015년부터 현재까지 최근 3년간 9개의 신라스테이를 추가 출점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라스테이는 이 기간 동안 ▲2014년 매출액 64억원, 영업손실 8억원 ▲2015년 매출액 322억원, 영업손실 33억원 ▲지난해 매출액 606억원, 영업이익 5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이 사장이 신라스테이를 호텔신라 내 사업부가 아닌 별도법인으로 분리시킨 점도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호텔신라는 비즈니스호텔 사업 부문에서 선발주자인 호텔롯데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9년 마포에서 문을 연 롯데시티호텔은 국내외 8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라스테이는 지난 4월 오픈한 해운대까지 합치면 전국 11개다. 내년 하반기 베트남 2곳에 오픈이 예정돼 있어 국내외 격차도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확장에도 신라스테이는 가성비 면에서 고객들을 사로잡으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스테이의 약진은 고급호텔 브랜드 이미지를 차용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호텔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최근엔 비즈니스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해운대 등 관광지역에도 호텔을 세워 여행객 수요까지 흡수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은만큼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격호 롯데 창업주의 외손녀인 장 전무는 지난 2015년 호텔롯데 경영일선에 복귀하며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 중이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장 전무는 19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해 2003년 호텔롯데 팀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2005년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관 설립준비를 주도하는 가운데 명품 루이비통 입점을 성공시키며 조부 신격호 명예회장의 총애를 받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롯데쇼핑 해외명품담당 겸 본점에비뉴엘담당 이사로 승진했지만 2012년 결혼과 함께 잠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던 중 2014년 롯데복지장학재단에 파견돼 모친을 돕다가 2015년 호텔롯데에 전격 복귀한 것이다.
 
지난해 초엔 롯데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입지도 넓어졌다. 장 전무의 승진은 신영자 전 이사장이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던 시기에 이뤄지며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고,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장 전무의 경영능력이 그만큼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장 전무는 호텔롯데의 세컨드 브랜드격인 비즈니스호텔 확장과 부티끄호텔 'L7(엘세븐)' 개관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부티끄호텔은 규모는 작지만 독특하고 개성있는 건축 디자인과 인테리어, 운영 콘셉트, 서비스 등으로 기존 대형 호텔들과 차별화를 이룬 호텔을 말한다.
 
호텔롯데는 유명 패션디자이너 정구호를 비롯해 미디어 아티스트 토드 홀로우백, 하진영 파라스코프 대표, 사진작가 사이다 등 유명 아티스트들을 'L7 브랜드 개발'에 참여시켰다. 장 전무는 해외사업에 대한 감각을 바탕으로 'L7' 개관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에비뉴엘관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전력이 'L7' 개관에도 절대적 역량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지난달 선릉역 인근에 'L7강남'을 오픈한데 이어 다음달에는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홍대지역에도 'L7홍대'가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L7'의 해외사업에 대한 가능성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장 전무의 역할도 더 부각될 전망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장선윤 호텔롯데 전무.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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