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무성의 어디까지…공식 사과에도 파문 확산

입력 : 2018-01-03 오후 5:31:3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애플의 공식 사과에도 이른바 '배터리 게이트' 파문이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에 이어 시민단체까지 집단소송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전선이 형성됐다. 사용자들의 분노가 커진 것은 애플의 무성의한 태도가 결정적이었다. 애플은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교체를 시작했지만, 미흡한 대응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애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애플 스토어 모습. 사진/뉴시스
 
애플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식 서한을 통해 "여러분들이 애플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고 있다. 사과한다"며 "후속 조치로 배터리 교체 비용을 내년 1월부터 현 79달러에서 29달러로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에서는 당초 예고보다 빠른 지난달 30일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이달 2일부터 관련 서비스에 들어갔다.
 
하지만 애플은 배터리 교체 과정에서 무성의한 태도로 또 다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애플은 사후서비스(AS) 센터에서 성능을 테스트한 후,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할인된 가격에 배터리를 교체해줬다. 반면 테스트 결과 성능의 80%를 유지하고 있으면 정상적인 배터리로 간주해 교체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는 미국에서 배터리 교체를 믿었던 수많은 소비자들의 강한 분노를 불렀고, 결국 애플은 "배터리 상태에 상관없이 교체해주겠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국내에서도 애플코리아의 미흡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애플코리아는 애플이 공식 사과를 한 지난달 28일 홈페이지에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을 원래 가격(10만원)에서 6만6000원 인하하기로 했다"는 공지만 올렸을 뿐, 구체적인 서비스 개시 시점 등 별도의 안내 없이 지난 2일 배터리 교체 서비스에 들어갔다. 국내 소비자들은 '성의가 없다'는 비판과 함께 무상교체가 아닌 교체비용 할인은 사용자들이 입은 피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애플을 상대로 소송에 나서겠다는 소비자들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해 이스라엘·프랑스·한국·호주 등 5개국에서 15건 이상의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며, 프랑스에서는 소비자단체 형사소송까지 제기됐다. 국내에서도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소비자만 25만명을 넘어섰다. 한누리는 오는 11일까지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참여 신청을 받은 뒤 이달 중 본격적인 소송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집단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팀 쿡 애플 CEO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배신감을 느끼는 애플 이용자들에게 쿡 CEO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사과문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것"이라며 이번 사과 성명에 CEO 서명이 없었던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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