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치를 소폭 하회하는 실적을 내놨다. 원화강세로 이익률이 예상보다 떨어졌고, 특별상여금 지급 등 지출은 늘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썼다. 연간으로도 역대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9일 지난해 4분기 매출액 66조원, 영업이익 15조1000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76%, 영업이익은 63.77% 올랐다. 영업이익아 사상 첫 15조원을 넘었지만, 증권가의 최근 3개월 평균 전망치(컨센서스)에는 다소 못 미쳤다. 전날 컨센서스는 매출 66조8220억원, 영업이익 15조8965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소폭 하회한 것은 원화강세와 특별상여금 지급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도 이를 반영해 분기말로 갈수록 기대치를 낮췄으나 이마저도 충족하지 못했다. 다만, 일회성 비용인 반도체 특별상여금을 제외하면 사업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6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화강세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에 타격을 준다. 제품이 주로 달러로 거래돼 최근 환율 급락에 따른 환손실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연간으로는 연중 내내 지속된 반도체 슈퍼사이클 효과가 여실히 나타났다. 매출 239조6000억원에 영업이익 53조60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보다 각각 18.69%, 83.31% 증가했다. 특히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출액도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썼다.
지난해 실적을 ‘하드캐리’한 반도체는 4분기 원화강세가 아쉬웠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모두 상승세를 지속해 업황 자체로는 나쁘지 않았다. D램 가격 상승세는 올 1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나, 낸드플래시는 업황 둔화가 시작됐다는 시각이 있다. 하반기 중국 업체의 신규 진입으로 향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확정실적을 발표할 때 내놓을 신규 투자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4분기 스마트폰 수요가 부진해 OLED 패널 출하량이 예상보다 적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OLED 패널 수요가 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추후 아이폰 출하 및 판매 부진에 따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판매량도 감소할 수 있다는 불안요인이 상존한다.
모바일 사업은 4분기 출하량이 감소하며 실적이 주춤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출하 부진에도 반사이익은 크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저가 모델 라인업도 축소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점은 삼성전자의 고민이다. 올 1분기 갤럭시S9의 흥행으로 다시 반등의 기회를 엿봐야 한다.
소비자가전 사업은 4분기가 TV의 계절적 성수기였지만 생활가전 이익이 부진해 실적 개선이 제한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쇼핑 대목을 노리고 마케팅비용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