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애플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내 1호 애플스토어 오픈을 앞둔 애플코리아는 최근 이통3사에 기존 대리점과 다른 요구를 했다. 서울 강남 가로수길에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애플스토어는 이르면 이달 말 오픈한다. 애플은 대리점들이 휴대폰 개통을 위해 필요한 신분증스캐너를 무선으로 아이패드로 연결해 사용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대리점들은 신분증스캐너를 PC에 유선으로 연결해서 본인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신분증스캐너는 휴대폰 개통에 앞서 신분증을 통해 본인임을 확인하는 장치다.
국내 대리점들은 의무적으로 신분증스캐너를 활용해야 한다. 신분증스캐너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운영 주체다. 새로 오픈하는 대리점은 KAIT로부터 신분증스캐너를 대여하거나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애플은 아직 KAIT에 신분증스캐너 관련 요청을 하지 않았다. KAIT 관계자는 9일 "애플의 신분증스캐너 관련 요구가 없었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통3사에 대리점 코드 부여와 개통에 필요한 시스템 개발까지 요구했다. 이통3사는 윈도를 사용하고 있어 애플 전용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에 맞춘 개발 작업이 필요하다. 논란이 일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애플스토어에 이통사 대리점 코드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이통사와 휴대폰 유통망 등 각 주체들의 의견을 취합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애플스토어 대리점 코드에 대한 이슈가 있어 업계 의견을 들어보는 단계"라며 "아직 규제를 논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공사 현장. 사진/커뮤니티 캡처
이통사들은 이 같은 애플의 요구가 부담스럽지만 거부하기 어렵다. 최근 애플의 고의적 성능저하 논란이 일고 있지만, 아이폰만한 흥행 보증수표도 드물다. 성능저하 논란 속에서도 이통사들은 아이폰8과 아이폰X(텐)에 일회성 지원금을 투입하며 경쟁을 펼치고 있다. 휴대폰 유통망 관계자는 "연초 들어 아이폰8과 아이폰X에 투입되는 지원금과 판매장려금의 수준이 평소보다 낮지 않다"며 "소비자들이 성능저하에 대한 문의를 하면서도 여전히 아이폰을 찾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법무법인 한누리와 휘명은 애플의 고의적 성능저하에 대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재 온라인을 통해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소송자를 모집한 후 정식으로 소송 위탁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