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아이보, 이리와"라고 부르면 달려오고, 쓰다듬으면 꼬리를 흔든다. 장난감을 들고 약을 올리면 짖기도 한다. 진짜 강아지처럼 짖고 울고 달려오는 '아이보'는 일본 소니가 내놓은 반려 로봇이다.
10일(현지시간) 개막 이틀째인 CES 2018은 로봇이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왔음을 알렸다. 로봇이 인간을 보조하고 인간의 감성까지 헤아릴 수 있는 존재로 성장했다. 생김새도 기능도 다양한 로봇이 전시장 곳곳에 등장했으며, 모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학습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CES 2018에서 소니의 반려 로봇 '아이보'가 소개됐다. 사진/뉴스토마토
아이보는 코와 꼬리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주변의 환경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한다. 아이보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소니는 초소형 1축 및 2축 액추에이터를 자체 개발, 아이보의 몸체에 총 22축의 자유도를 갖도록 했다. 섬세한 감정 표현을 위해 눈에 OLED 패널도 적용했다. 특히 소니만의 AI 센서가 내장돼 있어 학습능력은 물론, 상호작용을 통해 주인과 친밀해지면서 고유한 개성을 지니게 된다. 칭찬의 말과 미소, 머리와 등을 쓰다듬는 행위 등을 감지해 어떤 행동이 주인을 기쁘게 하는지를 배우고 기억한다는 것이 소니 관계자의 설명이다.
LG전자는 작은 눈사람 모양의 가정용 로봇 '클로이(CLOi)'를 선보였다. 클로이는 '똑똑하면서 친근한 지능형 로봇'이라는 뜻을 담았다. 동시에 클로이는 LG전자의 로봇 포트폴리오를 총칭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안녕, 클로이"라고 말을 걸면 대답을 하고, "클로이, 내 세탁물 다 됐니"라고 물으면 세탁기의 상황을 알려준다. LG전자는 이외에도 서빙로봇, 포터로봇, 쇼핑카트 로봇 등을 공개했다. 지난해 안내로봇, 청소로봇, 잔디깎이 로봇에 이어 로봇 포트폴리오가 한층 다양해졌다. 서빙로봇은 본체에 슬라이딩 방식의 선반을 탑재해 호텔 투숙객이나 공항라운지 방문객 등을 상대로 24시간 음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포터로봇은 짐을 운반할 뿐 아니라 호텔 체크인과 체크아웃도 할 수 있으며, 쇼핑카트 로봇은 대형 슈퍼마켓 등에서 고객이 로봇에 탑재된 바코드 리더기에 구입할 물건을 대면 물품 목록과 가격을 보여준다.
LG전자가 CES 2018에서 로봇 포트폴리오를 총칭하는 브랜드 '클로이(CLOi)'를 공개하고 서빙 로봇, 포터 로봇, 쇼핑 카트 로봇 등 신규 로봇 컨셉 3종을 소개했다. 사진/LG전자
혼다는 사람의 능력을 확대하고, 사람과 함께 성장하며, 사람과 함께 공감하는 '3E(Empower· Experience·Empathy)'를 콘셉트로 하는 AI 감정인식 동반자 로봇, 실내외에서 일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의자형 이동성 로봇, 오프로드(비포장도로) 자율주행 로봇 등을 공개했다. '감정인식 동반자 로봇'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된 얼굴을 통해 사람의 감정에 반응해 공공장소에서의 가이드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의자형 이동성 로봇'은 의자 형태로 장애인이나 노인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프로드 자율주행 로봇'은 수색이나 구조 작업이 어려운 장소에서 소방관 대신 구조활동을 수행한다.
이번 CES에서는 로봇을 주제로 전시에 참여한 기업들을 한 곳에 모아 로봇관도 마련됐다. 전시관에는 세계 최초로 빨래를 접는 로봇인 '런드로이드(laundroid)'도 등장했다. 일본 세븐드리머스의 런드로이드는 세탁이 끝난 옷을 로봇 안에 넣기만 하면 카메라로 세탁물 종류를 인식해 자동으로 접어준다. 로보티즈도 소니의 아이보와 유사한 형태의 강아지 로봇을 선보였다. 아이보와의 차이점은 사용자가 직접 강아지의 행동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물고기 모양의 수중 로봇(ROBO SEA)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얼굴인식 기능을 통해 주인을 따라다니며 4K 영상과 사진을 찍어준다. 향후 수중 관로 탐지, 수문 지질도 작성 등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밖에 식료품이나 짐을 실어 나르는 배송로봇과 매장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안내용 로봇, 심전도와 심박수를 측정하는 로봇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로봇 분야에서도 중국의 발전은 눈부시다. 로봇관에 부스를 차린 업체 가운데 55%는 중국 업체였다. 이중 LG전자의 공항로봇까지 모방한 업체도 눈에 띄었다. 중국 기술의 급성장에도 '기술 베끼기'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여전했다. 하인용 로보티즈 연구소장은 "중국이 최근 로봇 분야에서 양적으로 성장하던 데서 나아가 한국 기업의 기술을 카피하며 질적으로도 나아지고 있다"며 "다만 특허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중국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