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는 12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저축은행 비리는 국민적 관심 사항이었고, 박태규씨가 정관계와의 친분을 활용해 부산저축은행 구명을 위한 로비 혐의로 수사와 재판 이뤄지고 있었던 점, 피고인은 피해자와 박씨가 만난 얘기를 언론에서 듣고 피해자 의혹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발언한 점 등을 비춰 보면 표현에 단정이나 과장이 다소 있었더라도 진실에 맞지 않는 허위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비방 목적이 아닌 공공이익을 위해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박 의원은 재판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무죄로 확신하고 있었다"면서 "우리나라 국가기관 중 가장 정의롭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법부의 판단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를 감옥으로 보내려고 했던 김기춘과 우병우는 감옥에 있다. 이러한 적폐청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과거 검찰의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또 "만약 제가 만만회 의혹을 제기한 2014년 8월, 박근혜 의혹을 제기한 2012년 5월에 검찰이 수사했다면 오늘의 국정농단은 없었고, 박근혜가 감옥 갈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현재처럼 새로운 검찰로 태어나도록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항소하면 어떻게 준비하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이 항소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무슨 염치로 항소하겠나"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법정에서 나온 직후 검사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12년 4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 전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로비를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조직 '만만회'가 청와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혐의도 받았다. 만만회는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를 지칭한다.
앞서 지난해 20일 진행된 박 의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저를 흔히 언론에서는 정보통, 비방하는 사람은 폭로꾼이라고 하지만, 제가 밝혀낸 게 한 번도 사실이 아닌 적이 없었다"며 "이 정보도 여러 가지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했던 집권 여당 대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박태규를 만났다면 야당 원내대표로서 반드시 그 의혹을 제기해야 했다"며 "그것이 야당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