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정부가 가상화폐 제동을 본격화하면서 주요 정보보안 업체들도 긴장 국면에 진입했다. 일부 업체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정보보안 관제 업무를 맡고 있다. 기존 기업들의 정보보안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보수적인 가운데, 보안 업체들에게 가상화폐 거래소는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상황.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14일 "정부 방침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시장도 혼선을 빚고 있다. 정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를 폐쇄하지 않고 보안 수준을 기존 금융권 수준으로 올린다고 하면 보안 업체들에게는 큰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보보안업계에서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내는 곳은 SK인포섹과 안랩 정도다. SK인포섹은 지난 2016년 200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정보보안 기업 중 연 매출 2000억원 고지를 처음으로 밟았다. 안랩은 2016년 매출 1429억원을 기록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보안을 크게 강화할 경우 당장 수혜가 예상된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보안 규제를 강화하되, 거래소 폐쇄까지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규제는 필요하지만 신기술의 발전은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정보보안 업체들은 거래소가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보안 서비스나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가상통화 긴급대책을 마련하고 빗썸·코인원·코빗·업비트 등 4개 거래소에 대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의무대상임을 통보했다. ISMS는 기업의 정보보호 체계를 평가·인증하는 제도다. 연 매출 100억원, 일 평균 방문자수 100만 이상의 기업이 대상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광풍이 불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커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공감했다. 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하자 청와대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각 부처의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