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문경 기자] 정부가 투기 광풍에 휩싸인 가상화폐에 대한 전면 철폐 대신 부분 규제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가상화폐(암호화폐)의 미래 효용성을 무시하기 어려운 데다 규제의 사슬이 자칫 블록체인 산업 발전 가능성까지 발목잡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블록체인은 금융서비스, 제조, 유통, 공공서비스, 게임산업 등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유망한 미래 혁명 기술이라고도 말한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암호화폐공개(ICO)와 암호화폐 거래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김승연 미탭스플러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승연 미탭스플러스 대표. 사진/미탭스플러스
◆ "블록체인의 핵심은 거래 참여자의 정보를 모든 사람들이 알고있어 직접거래 가능"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중앙서버로 집중하지 않고 거래 참여자가 동시에 저장·보관하는 기술이다. 새로 생성된 거래 데이터가 하나의 블록이 돼 소규모 데이터들이 P2P(Peer to Peer) 방식을 기반으로 기존 데이터에 체인처럼 연결된다. 분산 데이터 저장환경에 저장되기 때문에 누구도 임의로 수정할 수 없고, 누구나 변경의 결과를 열람할 수 있어 거래 참여자의 데이터를 위·변조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높은 보안성을 자랑한다.
김승연 미탭스플러스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은 나의 거래 정보를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내 계좌에 잔고가 얼마나 있는지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고, 이 기술 기반에서 이를 거래할수도 있다. 이는 투명성을 가지는 대신 조금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잘 알려져있는 블록체인의 응용사례는 암호화폐의 거래 과정을 기록하는 전자장부로서 비트코인이 있다. 이 거래 기록은 의무적으로 암호화되고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컴퓨터상에서 운영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암호화폐들이 블록체인 기술 형태에 기반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2009년 비트코인을 통해 처음 등장했다. 이후 등장한 암호화폐에도 같은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거래소가 해킹된 적이 있지만 비트코인 자체는 아직 해킹이 일어난 적이 없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거래 변동성이 매우 높아 투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6월 500만원에 달했던 1비트코인은 1월 초 까지만해도 2000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가격변동이 심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초기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당연히 있다"며 "암호화폐는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라 생각한다. 어디서든 비밀번호만 있으면 찾아서 이용할 수 있는 안전자산이기 때문에 금과 비교했을 때 아직 더 시장이 커질 수 있다. 현재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금 시가총액(약 8조원)에 10% 정도 된다. 암호화폐도 2~3조원으로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자체의 성장성과는 별개로 국내에서는 암호화폐를 이용해 투기를 과열시키고 묻지마 다단계 등 불법행위까지 저지르는 사례가 빈번이 발생한다. 그래서 정부는 가상통화 실명제를 통해 투기와 불법행위는 차단할 수 있도록 규제안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정부 접근 방법에 대해 "정부에 입장에서는 한손에는 혁신과 4차산업이 있고 다른 한손에는 불법 자금세탁 및 투자자보호가 있다"며 "정부에 입장에서는 불법적인 요소를 우선시해 해결하고 대응하는게 맞다고 생각되며 정부에 대응이 이해가 된다. 다만 정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주요 로드맵을 공유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나 일본의 규제 방향도 참고해 1년정도 정책을 다듬어 한국실정에 맞게 개선하는 것이 맞다"고 규제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미탭스플러스와 게임업체 한빛소프트는 암호화폐공개(ICO)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김유라 한빛소프트 대표(왼쪽)와 김승연 미탭스플러스 대표가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한빛소프트.
◆ "앞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가상화폐를 직접 만들어 사업을 다각화하는 시대로 변할 것"
미탭스플러스는 국내 중소게임사인 한빛소프트, 파티게임즈 등 두곳과 암호화폐공개(ICO)를 준비하고 있다. ICO는 새로운 가상화폐를 개발하기 위해 초기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펀딩의 일종이다. 비상장기업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고 재무내용을 공시하는 기업공개(IPO)와 비슷한 개념이다.
회사는 새로 개발한 가상화폐를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팔고, 투자자들은 가상화폐를 받는 대가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를 개발회사에 제공한다. 신규 가상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은 이를 사고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개발 회사는 조달한 기존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팔아 현금화한다.
초기에는 ICO가 신규 가상화폐 개발을 위해 주로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반 사업 추진을 위해서도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ICO는 법적규제가 없기 때문에 실제 거래소에 상장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은 가상화폐 발행을 통한 ICO를 전면 금지했으며, 한국 정부도 가상화폐 거래소의 ICO를 금지했다.
김 대표는 "ICO는 IPO와는 좀 다르다. 토큰 발행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것을 사용해서 토큰을 만들어서 발행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이다. 이더리움이라는게 가상화폐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일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이상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기존 화폐보다는 앞으로는 다양한 산업에서 회사들이 토큰이나 가상화폐를 직접 만들어 사업을 다각화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며 "좋은 예가 텔레그램 ICO"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은 조만간 '톤(TON)'(텔레그램 오픈 네트워크)이라 불리는 3세대 블록체인을 선보이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가상화폐도 발행할 예정이다. 텔레그램은 이르면 오는 3월 역대 최대 규모의 ICO도 추진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김 대표는 게임산업은 가장 유망한 분야이고 부동산산업은 도입하고 싶지만 어려운 분야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 적용 분야로 게임산업은 아주 유망하다"며 "미탭스플러스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이템 거래를 블록체인 위에서 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때 예전에는 토큰을 발행해서 돈 처럼 썼는데, 이제는 리니지 칼과 같은 특정 게임의 아이템이 있으면 이것을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으로 만들어 쓸 수 있다. 증서처럼. 이 토큰이 거래되다가 마지막으로 받은 사람이 현금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우 도입하고 싶은데 어려운 분야가 부동산"이라며 "부동산 산업 특징이 면대면 영향이 강하고, 사람의 마음따라 변수가 많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업계가 매매각서 등을 블록체인화 시켜 적용하고 싶지만 전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많이 나오고 있다. 숙박공유서비스인 '에어비엔비'나 차량공유서비스인 '우버' 등을 블록체인으로 만든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숙박공유 서비스를 만든 독일 스타트업 '슬로킷'은 블록으로 등록된 거래조건을 보고 임차인과 임대인이 조건이 맞으면 소유권을 명시하고 계약규칙을 강제하는 '스마트계약'을 직접 체결한다. 중개자가 필요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따로 지불할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 차량공유 서비스를 내놓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라주즈'도 '주즈'라는 암호화폐를 만들어 차량공유에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으로 인해 기존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의 확산으로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이런 중집권형 회사들이 힘을 조금 잃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기존에 이들 업체들은 이용자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속에서 얻어진 정보를 폐쇄적으로 유통해 돈을 벌었던 구조인데,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로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사람들끼리 서로 조건이 맞는 정보 혹은 물건들이 직접 거래가 이뤄지면서 기존의 구조가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산업은 신뢰를 위해서 인증기관이나 중간중개자가 필요했던 기존의 산업구조에 혁신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기관 간 신뢰가 필요한 업무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금융기관 간 거래는 청산기관이나 중앙은행을 통해 거래된다. 이 방법을 통하면 거래 보증을 위한 비용이 발생하고 청산기관이 주기적으로 모아 청산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청산이 불가능하다. 만약 기관끼리 블록체인을 구축해 청산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신뢰를 위한 수수료가 감소하고 즉각 청산이 가능해진다.
블록체인을 통해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필요한 내용이 기관들 사이에 공유되고 이해관계에 있는 기관들이 해당 내용을 검증하게 된다. 검증 내용 역시 즉각적으로 공유 된다. 이 때문에 유통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고 사람들의 네트워크 자체가 신뢰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서버, 클라이언트라는 수직적 구조를 벗어나 동등한 P2P 계약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는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단순한 기술적인 혁신이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혁신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