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없다"면서 실질적 인사개입…금융당국 이중플레이 논란

최흥식 원장, 친정 하나금융 지속적 압박 배경에 의구심
금감원 노조 "학연·지연 얽힌 제재권 남용 예의주시"

입력 : 2018-01-16 오후 5:33:24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사 지배구조 손질에 나선 금융당국이 관치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국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금융산업 전반과 소비자 피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유독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영승계 절차를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있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까지 나서 "민간에 대한 인사 개입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당국의 이중적인 행태에 대한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16일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하나금융지주 경영승계 문제에 대한 압박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회장의 후임자를 선정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차기 회장 선정 작업에 착수했는데,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니 회장 선임절차를 연기하라고 권고했고, 하나금융은 이를 무시하고 예정된 절차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의 하나금융 조사는 하나금융 노조의 특별검사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하나금융 노조는 최순실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하나은행 전직 임원의 특혜 승진과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의 상징성을 가진 아이카이스트에 특혜 대출을 해줬다는 내용을 문제 삼고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했다.
 
금융업계에서는 하나금융에 대한 금감원의 압박이 최흥식 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교감 속에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금융지주사에 대한 지배구조 손질 작업은 최 위원장의 지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브리핑에서 "금융회사 CEO 스스로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본인이 연임을 할 수밖에 없게 분위기를 조성한 게 사실이라면 CEO의 중대한 책무를 안 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흥식 원장이 곧바로 최 위원장의 경고에 힘을 보탰다. 최 원장은 임원회의, 언론사 간담회 등 잇따른 공식 행사를 통해 금융지주사들의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이 허술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리도 당국 수장들의 경고성 발언이 나온지 일주일 만에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금감원의 행정지도가 시작됐다. 금감원은 하나금융 회추위 구성과 관련해 회장 후보군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절차에서 현직 회장은 빠지라고 지시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최 위원장은 한발 물러섰다.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혁신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금감원이 하나은행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검사중이고, 금감원 입장은 이런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선임 절차를 연기하는 것을 권고한 것"이라며 "권고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회추위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흥식 원장도 16일 기자들에게 "공문발송은 권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특정 사람이 아니고 시스템을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이 유독 하나금융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최흥식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친정인 이 회사의 회장 선임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눈총을 사고 있다. 
 
금감원 노조관계자는 이날 "최 원장이 본인이 몸 담았던 곳을 타깃으로 잡는 의도가 여러모로 의심이 된다"며 "김승유 전 회장과의 친분 등에 얽혀 감독당국의 제재권을 남용하지 않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시민단체나 금융사 노조의 주장을 빌려 특정 금융사의 CEO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 인사를 비롯해 최근 상황을 보면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이 특정 인사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 당국이 이를 받아 금융사를 압박하는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 핵심 참모나 당국 수장과 학연·지연으로 연결된 인물을 내려보내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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