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회전문식' 사외이사, 거수기에 그쳐…견제·감시장치 마련해야"

금융노조·정치권, 지배구조 개선 한목소리…노동이사제 도입 필요성 제기

입력 : 2018-01-15 오후 4:03:18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융노동조합이 금융권 지배구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거수기 논란을 빚고 있는 사외이사와 하나금융지주(086790)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 선임을 놓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는 근로자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정치권과 손잡고 ‘지배구조 개선 과제’를 도마 위에 올리며 전면적인 수술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융노조는 15일 국회에서 지배구조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백아란기자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추미애, 우원식, 이학영, 제윤경, 진선미,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최 아래 마련됐다.
 
노조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견제, 감시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는 3월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86%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사외이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스맨’ 일색인 사외이사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경영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신한(005450)금융지주·KB금융(105560)지주·하나금융·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 28명 가운데 24명이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허권 금융노조위원장은 “지주회장이 뽑은 사외이사들이 다시 지주회장을 선임하는 돌려막기 식 ‘셀프연임’이 자행되고 있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회전문식 인사로 선정된 사외이사의 경영감시 기능이 부재하고,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평가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이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다시 사외이사들이 최고경영자 후보를 추천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회장의 의중이 지배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실제 전자금융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들은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처리한 안건 88건 중 87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 안건이 99% 비율로 무사 통과된 셈이다.
허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낙하산 인사와 부적격 인사를 걸러낼 수 있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해야한다”며 “요식행위를 막기 위해 노동자 이사제(근로자 이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위원장 또한 “사외이사는 지배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이사회의 경영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면서도 “2016년부터 작년 7월까지 하나금융 이사회에서 의결된 174건의 안건 중 단 1건만이 부결됐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사외이사 독립성이나 전문성이 떨어져 대주주와 경영진을 효율적으로 견제하지 못하고, 거수기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며 “일례로 KEB하나은행에서는 최근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과 중국 특혜대출, 최순실 특혜 인사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검사를 받고 있는 등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위시한 적폐가 누적돼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금융적폐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의 경영이 지배주주나 소수 경영진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닌 이사회 중심의 경영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사외이사의 비중이 이사총수의 과반수로 이뤄지고, 노동자추천이사제 등 노동자 경영참여가 광범위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금융노조에서도 소액주주를 설득해 주주제안을 통과시키고,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월 주주제안을 내걸었던 KB금융노조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안을 재상정할 예정이며, 우리은행과 신한금융 노조도 근로자이사제를 검토 중이다.
이밖에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고, 사외이사들에 대한 재신임 요구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CEO리스크가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영국 변호사는 “하나금융과 KEB하나은행은 이상화 본부장 인사비리 등으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법과 형사법 위반으로 처벌될 소지가 높은 상황에서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추진하는 행위는 CEO리스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편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도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KB금융과 하나금융에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절차와 운영, 사외이사제도 등 지배구조 관련 ‘경영유의’ 제재조치와 개선을 주문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이날 “셀프 연임과 낙하산, 노조와의 갈등은 지주사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라며 “능력 있는 금융업 경험자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CEO로 선임돼야 하고, 금융소비자와 상생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발전시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진선미 의원은 “금융지주사 도입 20년이 돼가는 지금 금융지주사들은 CEO의 경영권 독단과 리스크 관리 실패문제,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와 집단 이기주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지배구조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금융지주사 수장의 권한 비대화와 자회사간 역할 구분 등 금융민주화는 우리 사회의 적폐 청산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지목했다.
이학영 의원은 “금융지주와 사외이사 도입 취지에 맞는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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