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5일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회장 선임 일정을 연기해달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사실상 묵살한 것이 아니냔 질문에 "권고를 받아들이느냐는 회추위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최근 금융당국은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란 이유로 하나금융 회추위에 차기 회장 선출 일정 연기를 권고하면서 관치 논란이 불거졌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혁신 추진방향' 브리핑을 한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금융감독원의 권고는 하나은행에 제기되는 몇 가지 의혹들이 해소될 때까지 선임 절차를 연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차원의 취지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금융감독원이 하고 있는 일이라 세부적인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현재 금감원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벤처기업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과 중국 특혜 투자 등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지난 12일 하나금융 회추위에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을 조정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일정 조정 권고에도 회추위 측은 간담회에서 이같은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국과 회추위가 정면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2009년 내부적으로 선발된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금감원 징계를 받아 결국 물러나고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으로 통하던 어윤대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올랐던 ‘KB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최종구 위원장은 이날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금융권 적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얼음장처럼 차갑다"며 "금융인 중 '간섭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 위원장은 '셀프연임'이라고 비판했던 금융회사의 형식적인 지배구조를 비롯한 담보대출 위주의 전당포식 영업 등을 청산해야 할 금융 적폐로 꼽았다. 이어 "모든 금융권 종사자가 절박한 마음으로 금융 적폐를 적극 청산하는 한편, 국민 생활과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과감히 혁신하자"고 강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 청사 브리핑실에서 금융혁신 추진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