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조루치료제가 국내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10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한 발기부전치료제와 달리 조루치료제 시장 규모는 수년째 3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음주나 마취제 등 대체 요법까지 많아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본격화된 국내 경구용 조루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까지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연간 36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경구용 조루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3분기 누적 처방액(IMS 기준) 29억7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국내 경구용 조루치료제 시장은 지난 2009년 글로벌 제약사인 메나리니가 최초 개발한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의 발매로 시작됐다. 이어 2014년부터 프릴리지 복제약인 한국콜마 '타폭센'과 신풍제약 '프레야지'를 비롯해 동아에스티 '네노마', 제일약품 '컨덴시아' 종근당 '클로잭', JW중외제약 '줄리안' 등이 줄줄이 출시되며 시장이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졌지만 실제 성장과 연결되지 못하면서 시장 규모가 답보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조루치료제 시장 중 절반을 차지하는 프릴리지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17억3500만원→14억9300만원)하며 시장 뒷걸음질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같은 기간 타폭센(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5억7000만원)과 프레야지(5100만원)가 70%, 90%의 매출 증가를 보였지만, 시장 전반에 걸친 하락세에 빛이 바랬다. 나머지 제품들은 3~34%의 감소율을 보이며 네노마 5억7000만원, 컨덴시아·클로잭 1억1000만원, 줄리안 52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타폭센과 프레야지가 전체 조루치료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합계 23%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14년 700억원 수준의 시장 규모를 보였던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지난해 1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한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현재 국내 시장에 발매된 약품의 종류 역시 발기부전치료제는 100여종에 이르는 반면, 조루치료제는 단 6종에 불과하다.
다양한 대체재와 의료업계 분위기 등을 조루치료제 시장 성장의 제한 요소로 꼽고 있다. 조루치료제의 경우 성관계를 위해 복용이 필수적인 발기부전 치료제와 달리 복용 없이 관계가 가능한데다, 국소 마취크림(리도카인 등)이나 음주로 인해 무뎌지는 감각 등 대체재 및 보완재가 있어 필수재 성격이 약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성생활과 관련된 '해피드럭(Happy drug,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약물)'의 범주에 속하지만 관계를 위한 필요와 구매가 쉽게 이어지는 발기부전치료제와 다른 필수성이 시장 성장을 제약하는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며 "처방 대상자들이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음에도 매번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것이 껄끄러워 시술을 택하거나 의료업계가 이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점도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2014년 시장 경쟁이 본격화 된 국내 경구용 조루치료제 시장이 다양한 제한요소에 좀 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비뇨기과에서 전문의와 환자가 상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