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문경 기자] 국내에 인공지능(AI) 스피커가 등장한 지 약 1년4개월이 됐다. 그동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부터 시작해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기업도 AI스피커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각사마다 자체 AI 스피커 상품을 너나 할 것 없이 잇따라 출시했다.
출시 후 소비자 반응도 상당하다. 출시 1년된 KT의 기가지니는 가입자가 50만명을 넘어섰고, SK텔레콤 누구도 약 40만대가 팔렸다고 한다. 네이버의 프렌즈, 카카오의 카카오미니가 합쳐 15만대 가량 팔린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모두 더하면 총 판매량은 100만대를 웃돈다.
현재 이 업체들간 가격 경쟁이 붙을 정도로 시장은 치열하다. 기술 경쟁력을 앞세우기 보다는 통신사들은 결합상품을 통한 가격 할인, 포털 등은 음막콘텐츠를 포함한 가격할인과 판촉 정책으로 구매자를 늘리고 있다. SK텔레콤은 누구 출시 후 두달간 60% 할인가에 판매했고, KT는 올레tv 가입자에게 월 6600원에 기가지니를 제공했다. 네이버 프렌즈와 카카오미니는 음원 스트리밍 1년 이용권을 더해 할인가에 판매됐다.
기자도 출시 초기 AI 스피커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함으로 구매를 했다. 지난해 11월 구매 이후 약 3개월을 써본 결과 기능으로서는 만족도가 낮다. 먼저 음성 인식 부분이다. 처음에는 평소 대화할 때와 비슷한 어투와 소리 크기로 질문을하면 "잘 모르겠어요", "조금 더 크게 말해주세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을 더 많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AI 스피커를 쓰기위해 50미터 멀리 떨어진 지인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오늘 날씨가 어때??!!"등의 방식으로 시끄러운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마저도 진공청소기와 같은 소음이 있을 때는 대화가 어렵다. 수차례 대화를 시도하다가 혼자 웃음이 터지곤 한다.
두번째 아쉬운 부분은 대화의 흐름 부족이다. 처음 물건을 받았을 때 질문 예문이 담긴 1장의 질문 메뉴얼을 받았는데 주로 내용은 음악에 관련된 질문 "걸그룹 노래 틀어줘", "이 노래 뭐야?", "볼륨 높여줘" 등과 날씨와 뉴스, 운세, 맛집 정보 등을 검색할 수 있는 질문, 그리고 알람이나 메모 기능 이렇게 크게 3가지로 나뉘었다.
음악에 관련된 기능은 아주 만족스러운 편이다. 댄스, 트로트, 발라드 등 가족들의 취향에 맞춰 원하는 음악을 틀어주기도 했고, 무작위로 나오는 추천 음악 중에 새롭지만 몰랐던 노래가 나오면 바로 그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정보 검색에 관련된 질문들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뉴스의 경우 "주요 뉴스를 알려줘"하면 YTN의 그날의 헤드라인을 정리해주는 방송이 나오지만, 특정 주제나 키워드와 관련된 뉴스를 알고 싶다 던지, 특정 신문사에 대한 뉴스에 대해 추가 검색을 시도하면 여지없이 스피커는 "제가 잘 모르는 분야에요"라고 답을 줬다. 맛집의 경우도 주로 지역의 맛집을 검색하기 때문에 "00동 맛집 알려줘"이런 질문을 하면 큰 설명없이 주변 업체명 3곳 정도 나열해 주는 것으로 끝났다. 과연 이런 허술한 것을 보고 인공지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심지어 AI 스피커를 만드는 회사에 직원들 조차도 "음악 뉴스 정도 청취하는 거지 대화 나누려면 멍청해서 욕나와요"라고 할 정도로 신뢰도가 떨어진다.
한국소비자원이 AI 스피커 제품 이용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음성인식이 미흡했다'는 대답(중복 응답)이 57%에 달했다. 또 '연결형 대화 곤란(46%)'과 '외부소음을 음성명령으로 오인(37%)' 등이 미흡한 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주변 이용자들의 생각도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제품은 우후죽순나오고 있지만 과대광고로 포장하기 보다는 이용자 입장에서 시험해보고 미흡한 음성 인식 기능부터 발전시켜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