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조 하림그룹, 26살 아들 '일감몰아주기' 의혹

최대주주 '2세' 소유회사 수천억대 급성장…공정위 칼끝 '정조준'

입력 : 2018-01-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양계신화'를 써 내려가며 지난해 대기업 반열까지 오른 하림(136480)그룹의 '몸집불리기'가 제동이 걸릴 지 주목된다. 지난해부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과의 '편법승계' 논란과 '일감몰아주기' 지적이 동시에 불거졌고,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까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자산규모 10조5000억 원, 국내외 75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지난해 재계 30위권의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이로 인해 정부 감독기관의 감시와 규제도 더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선 하림그룹이 단기간에 재벌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몸집이 불어났지만, 그 위상에 걸맞는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은 갖추지 못하고 있어 정부의 감시망 속에서 '성장통'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림그룹의 가장 큰 논란은 '편법승계'와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이 회사의 설명과는 달리 편법승계라는 쪽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지주사인 제일홀딩스(003380)의 최대주주는 김홍국 회장으로 지분 29.74%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의 장남 준영씨는 2개의 계열사만을 가지고 김 회장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같은 지배구조를 만든 발단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회장은 장남 준영씨가 스무 살이던 2012년, 비상장 계열사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물려줬다. 이로 인해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통해 아직 20대의 나이인 준영씨는 무려 10조원 규모의 하림그룹 내에서 회장을 뛰어넘는 지배력을 확보했다. 실제 준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올품과 올품의 100% 자회사 한국썸벧은 제일홀딩스 지분을 각각 26.44%, 5.31% 보유하고 있어 둘을 합친 지분율은 31.75%에 달하며 김 회장 지분을 넘어섰다.
 
준영씨가 이같은 방식으로 지분을 물려받은 뒤 올품과 한국썸벧 매출은 연 700억~800억원대에서 연 3000억~4000억원대로 성장했다. 일감몰아주기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는 지점도 이 부분으로, 계열사들이 편법적 일감 몰아주기로 실질 지배회사인 '올품'의 성장을 견인했고, 2세 승계 작업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편법승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당시, 준영씨에게 부과된 증여세가 약 1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도, 10조에 달하는 회사를 사실상 꼼수를 써 넘겨줬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증여세 규모도 규모지만, 증여세를 마련한 방법도 논란이 됐다. 올품은 2016년, 100% 주주인 준영씨를 대상으로 30%(6만2500주) 규모의 유상감자를 하고 그 대가로 그에게 100억원을 지급했다. 준영씨는 이 돈으로 증여세를 납부한 셈이 된 것이다. 유상감자는 주주가 회사에 본인 주식을 팔고 회사로부터 돈을 받는 것으로, 준영씨는 유상감자를 통해 올품 지분 100%를 유지하면서도 회사로부터 100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 측은 편법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위 등의 조사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증여세를 투명하게 신고했고, 비상장 주식일 경우 증여받은 주식을 처분하는 방법의 하나인 유상감자 방식을 쓸 수 있기에 '합법'이라는 주장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올품 지분을 증여할 당시에는 하림그룹이 자산 10조원대 대기업이 아니었고, 3조5000억원대 중견기업에 불과했다"면서 "이 기간 다른 계열사와 합병이 이뤄지면서 두 회사 매출이 합쳐지다 보니 공교롭게 매출이 늘었는데 일감몰아주기로 회사를 키운 것처럼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위 조사는 이미 지난해 끝이 났는데 왜 아직 발표가 안나는지 답답하다"며 "발표가 미뤄지며 다른 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사례와 같은 식의 오해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작은 비상장 계열사 하나를 아들에게 물려준 뒤 그룹 차원의 지원을 통해 회사를 빠르게 키웠고, 결국 이 회사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있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법의 사각지대를 통해 꼼수를 부린 편법승계 논란은 현 정부하에서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도 하림의 승계 지원과 사익 편취에 대해 지난해부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미 공정위는 지난해 7월 전북 익산시 하림 본사에 조사관들을 파견해 계열사 간 거래자료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또, 최근까지도 하림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올품 지분을 김홍국 회장의 장남 준영씨가 물려받은 과정과 내부거래 등에 대해 살피는 등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 부당지원감시과 관계자는 "하림그룹과 관련 지난해부터 직권조사가 진행 중이고, 문제가 된 혐의를 전반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충남 공주시 하림펫푸드 전용공장 해피댄스스튜디오 오픈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하림그룹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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