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부활 대신 진흙탕?

입력 : 2018-01-18 오후 6:47:41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재기를 노리던 해운업계가 암초를 만났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의 유일한 대안인 현대상선이 전·현직 경영진 간 책임 공방에 휘말리면서 해운업계에도 다시 한숨이 감돈다. 
 
현대상선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에 현정은 현대 회장과 전직 대표이사 등 5명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현 회장 등이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현대상선에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게 현대상선의 주장이다. 현대상선은 다음날 현 회장 등이 형사소송상 추정액으로 195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내용도 공시하며 싸움을 진흙탕으로 몰고 갔다.
 
현대상선은 2019년 2M(머스크·MSC)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 종료를 앞두고 선박 발주가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현대상선
 
한국거래소는 현대상선 주식 거래를 정지 조치하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 예상 밖의 유탄을 맞은 현대상선은 "고소 사건과 관련한 손익 등은 과거 재무제표와 기타 공시 정보에 반영돼 있다"며 "주식 거래를 재개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 상반기 대규모 선박 발주를 앞두고 있는 현대상선이 스스로 악재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치며 자금을 확보했다. 또 국회를 통과한 한국해양진흥공사법 제정으로 오는 7월이면 자본금 5조원 규모의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설립돼 현대상선 우군으로서의 활약이 기대됐다.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의 선복량이 최소 100만TEU를 넘는 가운데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35만TEU에 그친다. 국내에서는 한진해운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현대상선이 유일한 대형 컨테이너 선사 육성 기대주로 꼽혔다. 
 
주요 경쟁국 움직임도 녹록치 않다. 최근 대만 선사 에버그린은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신조하고, 일본 선사 3개는 통합을 통해 선대를 140만TEU로 확장하는 등 선단 확대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도 2019년 2M(머스크·MSC)과의 전략적 협력관계 종료 전에 경쟁력을 키우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었는데 최근 잡음으로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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