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유통업에 대한 영업 제한 규제가 대기업 복합쇼핑몰까지 확산되면서 업계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영업규제가 시작된 지 5년이 넘었지만 동반성장이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복합쇼핑몰은 최근 들어 일종의 놀이시설로서 자리잡고 있어 무분별한 규제가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이다.
24일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대기업 복합쇼핑몰 등의 입점과 영업 제한을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기업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의 입지를 3단계로 차등 규제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23일 발의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은 신세계 스타필드, 롯데몰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복합쇼핑몰의 정의 자체가 불분명하고 업태 등록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논란이다. 신세계 스타필드는 하남과 고양 각각 주말 하루에 10만명이 방문하고 있어 주말 의무휴업이 시행될 경우 큰 타격이 예상된다.
유통업에 대한 영업 제한 규제가 대기업 복합쇼핑몰로도 확산되면서 업계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스타필드 고양 외부 전경. 사진/이광표 기자
대형 유통업계에 영업 시간 규제가 시작된 건 2012년부터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심야영업이 제한되고 월 2회 의무휴업을 하고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과 상생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도 의무휴업 제도가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규제 범위 확대가 속도를 내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유통규제가 시작된 이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에 혜택이 갔다기 보다 대기업과 동반으로 매출이 축소되는 상황이 됐다"며 "그 사이 온라인, 편의점, 다이소나 이케아 같은 외국계 기업의 반사이익만 올라가면서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 패턴을 보면 대형 쇼핑몰이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쇼핑을 미루거나 가까운 동네로 이동한다"며 "더욱이 복합쇼핑몰은 매장의 절반 이상이 유통시설이 아니라 영화관 같이 중소상인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 교수는 신한은행 빅데이터를 활용해 출점규제 및 의무휴업 규제효과를 연구한 결과 대형마트, SSM, 개인슈퍼마켓의 매출액이 의무휴업이 도입되기 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이어 "상생이라는 긍정적인 취지를 살리려면 대기업이 영업 노하우를 살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진출해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내고, 거기에 합당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