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실적 악화에 빠진
남양유업(003920)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대표이사로 전격 영입하며 고강도 체질개선에 나섰다. 업계에선 전문경영인 교체와 함께 남양유업 3세들의 경영행보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함께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26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이정인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정인 신임 대표는 '재무통'으로 기업경영컨설팅 및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7년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해 감사본부 파트너, 기업 리스크자문 본부장 및 위험관리 본부장을 역임했으며, 기획재정부 성과평가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이정인 대표는 "남양유업은 위기를 극복하고자 전 임직원이 합심해 변화를 시도해왔으며 이제 변화를 넘어 상생 기반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최고의 '품질고집' 종합식품기업 되도록 대내적으로는 수익성 기반의 책임경영 시스템을 구현하고, 대외적으로는 판매 협력조직과 상생을 이루는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취임의 변을 남겼다.
한편 지난 2014년 취임한 이원구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임기 3년이 연장됐지만 지난해 말 돌연 사퇴의 뜻을 밝히고 물러난 바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남양유업 오너 3세인 홍진석 상무가 대표직에 취임할 것이란 해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홍원식 회장이 여전히 최대주주로서 막강한 지배력을 과시하며 건재한데다, 올해로 41세인 홍진석 상무가 대표직을 맡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란 내부 판단이 이번 외부인사 영입을 이끈 배경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이 전문경영인 교체와 함께 도약의지를 천명한만큼 그룹 내 요직에서 경영수업중인 3세들의 역할 변화도 불가피해보인다.
남양유업은 창업주인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 홍원식(68) 회장이 지분 51.68%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2007년 건설사 리베이트 사건 등 논란이 일었을 당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현재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두 아들인 홍진석(42), 홍범석(39)씨가 3세 승계를 준비중이다. 특히 장남인 홍 상무는 지난해 3월 사내이사로 전격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부상했다. 홍 상무는 2007년 남양유업에 첫 발을 내딛고 2012년 상무로 승진했다. 생산전략 업무로 첫 발을 내딘 그는 현재 경영기획본부장 보직을 수행중이다.
차남 범석씨는 형보다 2년 늦은 지난 2009년 입사 이후 생산전략부문장으로 실무를 익힌 뒤, 최근 외식사업본부장으로 이동하며, 아이스크림 디저트카페 '2964백미당'을 비롯한 남양유업의 외식사업을 도맡아 역량을 발휘 중이다.
다만 현재까지 남양유업은 홍 명예회장 타계 이후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한다는 방침을 고수 중이다. 이들 두 형제가 남양유업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아직까지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지난해 장남의 등기임원 선임과 이사회 진입으로, 홍 상무의 보폭 확대가 점쳐지기 시작했고, 차남 역시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이나 다름없는 외식사업을 맡고 있는 만큼 그룹 내 입지 변화가 점쳐진다.
일각에선 보수적 기업문화로 잘 알려진 남양유업이 외부에서 '재무전문가'를 수장으로 영입한만큼, 전례에서 볼 수 없는 개혁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 신임 대표가 본인의 전문성을 발휘해 남양유업의 수익성 개선에 몰두하고, 3세들이 기획 전반과 신사업 추진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남양유업은 유업계 불황 속에서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되며 실적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013년엔 영업손실 17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이듬해에도 261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5년부터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사드보복 여파가 겹치며, 작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33억1500만원에 불과해, 2016년 3분기 누계 기준 312억4500만원 대비 무려 89.4% 급감했다.
이정인 신임대표(왼쪽)와 남양유업 사옥. 사진/남양유업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