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별다른 성과 없이 해체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달 말에 협의회 활동이 마무리되지만 협회 구성체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금까지도 단말기 완전 자급제 등 굵직한 의제들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정부 등에 따르면 협의회는 지난해 11월10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총 100일간 운영 후 해체한다. 협의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가 포함됐다. 여기에 이동통신 3사,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시민단체와 교수 등 업계 종사자와 전문가들도 함께 모였다.
협의회는 지금까지 일곱 번의 회의에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보편요금제·기초연금수급자 요금 인하 방안 등에 논의했다. 하지만 회의마다 각 주체들은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며 통일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빈손'으로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단말기 구입과 이통 서비스 가입을 분리해 제조사와 이통사가 각자 경쟁하도록 함으로써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논의됐지만 각 주체들은 실효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그나마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기존 단말기 자급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 삼성전자가 2018년부터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자급제용 폰을 출시할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LG전자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애플 등 해외 제조사들에게는 국내에서 자급제용폰을 출시할 것을 강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자급제 도입으로 단말기 지원금이 없어지고, 제조사의 유통 비용 부담이 늘어나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비용이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애플을 제외한 일본·중국 등의 외산폰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버티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통사들도 자급제의 긍정·부정적인 점을 모두 제시하며 쉽게 결론을 못내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와 이통사·알뜰폰 사업자 간의 입장차가 더 크다. 이통사는 요금제에 정부가 개입하기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가 말하는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요금에 데이터 1GB, 음성 200분, 문제 무제한 등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미 비슷한 요금제가 알뜰폰에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100일간 운영하는 협의회가 너무 많은 통신비 이슈를 다루고 있다"며 "각 주체들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안건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면 2월 중으로 회의 횟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논의가 늦어지지 않도록 가능하면 2월 중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협의회는 오는 9일 8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설 연휴를 감안하면 8차 회의를 포함해 2~3번의 회의만 남은 상황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