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훈기자] 대한민국은 보험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보험 가입자가 많다. 또 한 사람이 가입한 보험의 개수도 많다. 연간 수입보험료(보험회사의 매출액과 같은 개념)가 300조원이 넘는다. 이는 전 세계 7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계적으로 우리 경제 규모(10위권 안팎)를 뛰어넘는 순위다. 그러나 정작 일반인들은 자신이 가입한 보험 상품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 보험설계사 등 보험 판매 인력의 권유에 보험 상품 약관을 대충 읽어보고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대해 제대로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 지출의 상당 부분을 보험료에 쓰고 있으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종합 보험관리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앱) '보맵'을 운영하는 류준우(사진) 레드벨벳벤처스 대표는 이 같은 문제의 근원이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분석한다. 류 대표는 보맵을 통해서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고, 나아가 보험에 대한 불신을 씻고 건강한 보험 시장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류 대표의 이런 자신감과 확신은 보맵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전문 인력에서 기인한다. 류 대표 본인도 서울보증보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김옥균 부대표는 ING생명, 김진일 공동창업자는 한화생명보험 출신이다. 또한 앱 개발을 총괄한 최홍제 기술이사(CTO)는 카이스트 출신 석학으로 관련 분야의 전문가다. 류 대표는 "나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전문가들이 협업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가 바로 보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류 대표가 말하는 대한민국 보험 산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그 안에서 보맵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 후 공채로 입사한 서울보증보험에서 상품 개발과 심사를 담당하면서 보험의 내부와 외부에서 모두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솔직히 나도 서울보증보험에 입사하기 전에는 보험에 대해서 학문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전공 수업시간에 공부했던 얕은 지식이 전부였다. 하지만 서울보증보험에 입사하면서, 특히 보증보험 회사의 특성상 일반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의 차이뿐 아니라 각 보험 상품들의 특성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자세히 알게 됐다.
그런데 보험에 대해 자세히 알고 나니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 보험시장의 문제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연간 수입보험료가 327조에 달하는 세계 7위의 보험 강국이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국민의 97%가 평균 4개 이상의 보험 상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 하에서 상품별로 크게 다르지 않은, 즉 차별성 없는 종합 보험 형태의 상품이 전국 50만명 이상의 보험설계사들을 통해 90% 이상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크며, 이로 인해 고객의 불신이 극심한 금융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종합 보험 형태의 상품은 일반 고객들이 이해하기에 상당히 복잡한 구조다. 결국 자신이 가입한 상품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매달 보험료만 꼬박꼬박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보험금 청구 한번 못해보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보험 먼저 해지해 큰 손해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모든 것이 정보의 비대칭에서 기인했고, 결과적으로 보험에 대한 불신이 사회적으로 팽배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에 대한 불신을 신뢰로 바꿔주고, 나아가 보험시장을 조금 더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선 고객들이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대해 손쉽게 충분한 정보를 갖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보자는 생각으로 보맵을 만들게 됐다.
보맵에 대해 설명해 달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보맵은 스마트한 보험 관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편리하고 쉬운 앱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기저에 깔고 탄생한 것이 바로 보맵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누구나 손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인증절차 또한 매우 간편하게 설계했다. 휴대전화를 통해 본인인증 절차만 거치면 본인이 가입한 보험을 스마트폰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인증절차까지 30초면 가능하다.
자신이 어느 보험사의 어떤 보험 상품에 매달 얼마씩 보험료를 내고 있는지, 만약 암보험이라면, 암에 걸리면 얼마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중복 가입한 내용은 없는지, 한 가지 종류의 보험 상품에 과하게 보험료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내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에는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보험사 웹사이트에 일일이 접속해 청구서 양식을 다운로드 받고, 출력해서 내 보험증권을 찾아서 관련 내용을 전부 기입하고, 영수증과 진단서를 첨부해서 팩스를 찾아 보내고, 보험사에 연락을 해야했다. 그러나 보맵을 이용하면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보맵에 접속하고, 이미 갖춰진 보험금 청구 양식에 자신이 병원에 왜 내원했는지만 기입하고, 보험금을 받을 계좌 정보만 입력하고, 진료를 마치고 나오면서 진단서 또는 영수증 사진만 찍어 바로 전송버튼을 클릭하면 보험금 청구가 완료된다. 기존 시스템을 뒤집어엎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만든 것이다.
또한 자신이 가입한 보험이 상황에 맞게 제대로 가입한 보험인지에 대해서 보험을 팔지 않는 보맵 전문가들이 중립자적인 입장에서 고객의 보험을 진단하고 분석해준다. 물론 담당 보험설계사도 앱에 연동시켰다. 보험설계사의 프로필 확인을 통해 업력과, 자격증 고객관리 정보 등을 확인하실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바로 연락해서 도움을 받으실 수 있다. 아울러 자동차보험에 대해서도 특별히 신경썼다. 자동차 사고로 긴급출동이 필요할 때 보맵을 켜고 긴급출동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자신이 가입한 자동차 보험사 긴급출동 호출이 이뤄진다. 보험에 가입만하고 잊고 지냈던 고객의 보험 권리를 지켜주는 서비스를 구현한 것이다.
보맵을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보다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다 보니 초기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당초 우리가 생각했던 모델은 고객이 본인의 보험증권을 최초 1회, 사진으로 찍어서 올려주면 OCR 기술을 통해 이미지를 문서로 추출해 고객의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게 해주는 구조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보험증권이라는 용어도 생소할 뿐만 아니라 이를 알고 있어도 보험증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때문에 다시 원점에서 서비스 모델을 고민했다. 보험에 대해 전혀 모르는 고객도 최소한의 노력으로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대해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우선 40개 보험사의 모든 보험을 분류했다. 각각의 약관을 표준화 하는 작업에서 부터 시작해서, 일일이 보험에 가입해 분석을 했다. 특히 기존 고객들이 자신의 보험을 컴퓨터 웹페이지에서 확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도 똑같이 각 보험사 웹사이트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를 통해 보험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고객이 한번의 인증과정으로 모든 보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조회 모듈을 개발해야만 했다. 이 모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결국 전문 인력 충원이 관건이었다. 현재 우리회사의 CTO를 비롯한 능력 있는 개발발진을 모셔오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인재를 수소문했다. 또한 그 인재들을 보맵으로 데려오기 위해 사업에 대한 필요성과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나아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익히는 노력도 더했다.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과정이 나와 같은 문과생에게는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현재 보맵 이용자는 얼마나 되나.
보맵은 지난해 2월14일에 정식으로 앱이 출시 이후로 1년이 된 현재 아무런 특별한 마케팅 없이 45만명의 유저가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평균 2000명 이상의 고객이 신규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앱을 사용해본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면서 자연 전파되는 효과도 상당하다. 보맵을 통해 본인의 보험을 확인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며, 보험 진단 분석을 문의 하는 등 직접 서비스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 편리함을 느끼고 주변에 공유하는 것이다. 특히 20대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이 들어 둔 보험이라든지, 회사에서 들어준 단체보험 까지도 확인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주말 가족모임에서 또 부모님께 추천 해주는 구전효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26명의 임직원들이 매일 ‘고객에게 금융의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자’는 미션 아래 열심히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체 26명의 임직원 가운데 개발 인력이 15명 그리고 나머지는 보험 전문가라는 점이 보맵의 가장 큰 강점이자 경쟁력이다. 보험(인슈어런스)에 기술(테크놀로지)이 결합한 '인슈어테크'에서 시장을 리딩하는 서비스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보맵의 사업성은 현재까지 투자 받은 금액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누적 투자유치 금액이 30억원에 달한다. 투자 받은 자금은 보험 불신을 신뢰로 전환시키기 위한 서비스 개발과 R&D, 마케팅 그리고 현재 이미 갖추고 있는 금융권 이상의 보안 장치를 더욱 고도화 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앞으로 보맵이 바라보는 미래는.
보험 시장은 금융 산업 안에서도 가장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보험사 자격 요건 완화로 다양한 인터넷 보험사와 단종 보험사가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기존 보험사 역시 종합 보험을 넘어 마이크로 보험으로 다양한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으며, 판매는 전속채널에서 비전속채널인 GA로 재편된 후 이 역시도 재무관리, IFA 등으로 전문화되고 있다. 동시에 비대면채널인 다이렉트 단종 보험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더 이상 공포마케팅을 통해 가입하는 보험이 아닌 일상에서 자신이 정말 필요에 의해 직접 찾아서 모바일로 가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관리까지 가능한 스마트한 보험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맵은 스마트 보험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보험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고객들에게 보험 하면 보맵으로 각인 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
종합 보험관리 서비스 앱 보맵. 사진=레드벨벳벤처스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