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한진 기자] 대우건설의 새 주인 찾기가 물거품 되면서 인수를 추진했던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은 물론 매각 주체 산업은행까지 모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8일 대우건설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호반건설은 메이저 기업으로의 도약 꿈을 당분간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당초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마무리 되면 시공능력평가액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건설사의 탄생이 예상됐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리스크를 인수 포기의 원인으로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인수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예기에 특혜·헐값 매각 논란, 대우건설 내부 반발 등도 호반건설의 빠른 인수 포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우선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준비가 소홀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에만 주력해온 호반건설이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4분기 실적에 반영한 손실 3000억원이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해외 건설 프로젝트는 현지 정부의 허가, 인력수급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국내사업만 하던 호반건설이 간과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호반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신뢰도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호반이 여러 기업의 M&A를 추진하다 완주 하지 못한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앞서 호반은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SK증권, 한국종합기술.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의 인수 대상자로 거론된 바 있다.
대우건설은 인수자를 찾기가 당분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에 대한 메리트가 부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부실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기때문이다. 최근 본입찰에 호반건설만 단독 참여할 정도로 시장의 관심이 차갑다. 해외업체의 인수 가능성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때 중국 업체들의 이름을 오르내렸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대우건설을 인수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다”며 “앞으로 몇 년동안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에서는 매각추체인 산업은행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건설 시장에서 1조원 이상의 M&A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앞서 우선협상자 선정과정에서는헐값매각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 매입에 3조2000억원을 투입한 반면 호반건설의 인수 금액은 1조6000억원 수준이라는 이유다.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매물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포장하는 것처럼 산업은행이 먼저 대우건설의 정리 작업을 한 뒤 매각을 추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조한진 기자 hj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