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가장 확실한 길" vs. "핵폐기 전제없는 한 이적행위"

정치권, 북 남북정상회담 제의에 극명히 엇갈린 반응

입력 : 2018-02-11 오후 4:26:00
[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남북정상회담이 정치권의 화두로 급부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받으면서 남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정치권의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야는 남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거시적 담론 형성에 도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핵 포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만난 10일 방북 초청에 대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는 입장을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더해 남북 간 대화 분위기까지 조성되면서 정치권은 주말 외신 보도와 각계 반응 등을 주시하며 방향타를 조율하고 있다.
 
남북 관계 설정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대화를 우선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국민의당 등은 북핵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에 남북대화 기류 속에서 민주당은 제1야당인 한국당의 비판 등에도 대응하며 추이를 살피고 있다.
 
우선 북한의 대화 제안에 대해 민주당은 적극 환영한다며 남과 북의 신뢰 구축과 교류 협력 활성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적극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핵폐기 카드 등을 꺼내들고 반대하는 한국당 등을 향해 정치적 공방이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 세계적 움직임에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남과 북의 대화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며 “대화가 익어갈수록 한반도의 평화 정착도 그만큼 빨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남과 북의 상호 소통에 대해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관련 국가들이 적극 지지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북한의 참가 결정부터 본격적인 방남에 대한 대처 및 후속 조치 역시 미국과의 조율을 거쳐 진행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양 초청 제안에 ‘여건 조성’의 중요성을 언급했으며, 이는 무조건적인 수락이 아님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특히 “평창올림픽 후에도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를 향한 진정 어린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여줄 때만이 실질적인 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한미를 포함하여 전 세계가 이를 예의주시할 것임은 분명하다”며 “한국당이 진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당이라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초치기 행위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 세계적 움직임에 적극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에 더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도 남북 간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은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남북 모두 정상회담이 가능한 분위기 조성에 힘써줄 것도 요청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은 “김여정 특사의 요청을 환영하고 높이 평가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남북 두 정상이 만나는 것만큼 확실한 길이 어디 있는가”라며 “정상회담 성사 및 성공을 위해서 초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도 “북한 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부터 김 위원장의 방북 요청까지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평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며 “남북 모두 정상회담이 가능한 분위기 조성에 힘써 가급적 빨리 대화가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폐기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한국당은 북한의 핵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그 어떠한 회담도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넘어가 북핵 완성의 시간만 벌어주는 이적행위가 된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북핵 폐기가 전제된 회담이라면 적극적으로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제시했다.
 
정상회담 ‘협력’을 위해 한국당이 내건 ‘북핵 폐기’ 조건에 대해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남북정상회담은 오히려 우리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이적행위라는 말”이라며 “북핵 폐기를 전제로 정상회담을 한다면 전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할 뜻”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평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남북대화는 필요하고 환영할 일이다”면서도 “북한의 핵무기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안녕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남북 정상회담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앞줄 왼쪽부터)이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10일 오후 여자 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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