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나 장관의 첫 현장 방문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새해 첫 현장방문은 그 해 경제정책 중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정부 경제팀의 정책적 의지와 관심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벤트다.
올해 첫 방문지는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접수처였다. 김동연 부총리는 김영주 고용부장관 등과 함께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16.4%의 인상률을 보인 최저임금의 안착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일자리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이는 대목이다. 그간 전임 부총리들이 수출 현장을 찾았던 새해 첫 현장일정과 다소 차이를 보인 현장 행보기도 하다.
이후에도 부총리와 경제부처 장관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현장을 찾았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독려하고, 업계와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홍보에 총력전을 벌였다. 성과도 있었다. 장관들이 연일 발품을 팔며 들은 애로사항들이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가 월 보수액 190만원 미만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주고,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1인당 월 13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가입을 꺼리는 근로자들이 많고, 야간근로 등 초과수당을 받는 경우 월급이 190만원을 넘어 대상자가 되기 어렵다는 점이 안정자금 신청률을 저조하게 만든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당초 제조업 생산직근로자가 초과나 야간근로가 많은 점을 감안해 이들이 월 20만원까지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게 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의 기준이 되는 190만원은 기본급과 각종 야간·휴일 수당을 합한 급여 중 세금을 신고한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비과세는 월급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하지만 식당 종업원·경비원 등 서비스업 종사자들도 초과·야간 근무가 많지만 이들은 적용되지 않아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보완책을 마련해 오는 13일부터 적용키로 했고, 약 5만명이 혜택을 입게 됐다.
보완책은 계속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장관은 최근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아도 학자금대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마련 중이다. 학생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경우 안정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소득이 노출돼 학자금대출 상환을 바로 하거나 대출금리가 높아질 수 있어 신청을 꺼리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자리 안정자금의 실효성과 저조한 신청률 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근로자나 사업주가 신청을 기피하려는 모습이 계속 포착되고 있으며 신청률도 아직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안정자금은 올해 안에 신청하면 지원 받을 수 있고, 이제 한 달 갓 지난 시점이다. 각 부처 장관들이 연일 현장 방문에 매달리는 이유도 잘못된 점은 바로잡고 더 나은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일테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는 큰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는다. 산꼭대기에 다다른 돌은 이내 다시 굴러 떨어져 돌 밀어 올리기를 영원히 반복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경제정책 결정자들도 이런 시시포스의 운명을 짊어졌을지도 모른다. 경제 정책은 특정 시점에 고정되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만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는' 어려운 정책결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정부 경제팀이 '일자리 안정'에 방점을 뒀다면 묵묵히 더 좋은 방향의 정책을 내도록 끊임없이 일해주길 바란다. 돌 밀어올리기를 계속해야 하는 시시포스의 운명처럼 일자리 안정자금이 '안정' 될 때까지.
김하늬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