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물장사' 오명을 안고 있는
광동제약(009290)이 제약 사업을 강화해 체질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전문의약품(원외처방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4%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광동제약의 전문의약품 처방액은 434억원으로 전년(441억원) 대비 1.6% 감소했다. 유비스트 상에서 집계되는 전체 68개 전문의약품 가운데 3분의 2 수준인 45개 제품 처방액이 역성장했다.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삼다수' 등 식음료 및 신규 사업인 기업소모성자재(MRO) 매출 의존도가 높아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의약품 사업에 무게를 싣겠다던 포부에 비해 미미한 성과라는 분석이다.
광동제약에게 의약품 사업은 줄곧 아픈 손가락으로 작용해 왔다. 제약이 주사업임에도 회사 전체 매출에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식음료 사업에 밀려 주객전도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광동제약은 MRO업체 코리아이플랫폼 인수하면서 2015년 연 매출이 9554억원까지 증가했다. 식음료 부문과 MRO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각각 약 40% 수준이다. 2016년에는 매출 1조564억원으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당시 1조원을 넘어선 제약사는 유한양행과 녹십자를 포함해 3개사뿐이다. 하지만 제약사의 핵심사업인 전문의약품 원외처방액(일반약, 비급여 제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6.6%(311억원) ▲2014년 6.1%(320억원) ▲2015년 4.6%(438억원) ▲2016년 4.2%(441억원)으로 매년 하락했다.
이는 광동제약이 사상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한 2016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매출 1조원 달성이 유력함에도 불구하고 '무늬만 제약사'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광동제약은 전문의약품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취임한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는 거의 매년 신년사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해왔다. 제약업계 경쟁 과열 속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식음료 및 MRO 사업을 시작했지만, 주객이 바뀐 매출 비중이 항상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26개 의약품의 신규 허가를 얻어내며 전년 대비 36.9%의 처방액 증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흥행 품목을 발굴해내지 못하며 제자리걸음 또는 소폭 감소세의 처방액 추이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적인 의약품 외 사업 호조에 단기간 내 제약사 '빅3' 수준까지 매출을 키운 광동제약이 최근 위기설이 제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제약사 본연의 경쟁력인 의약품 부문이 취약한 탓일 것"이라며 "최성원 대표가 올해 경영방침을 '내실 다지기'로 내세운 점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