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김지영 기자] 삼성이 소그룹체제를 완성하고 분야별 공통 이슈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래전략실 부활 의심을 해소하고 투명경영을 표방한다는 의도다. 하지만 그룹 공통 이슈에 대응할 주체는 여전히 불투명해 해법은 지주회사 전환밖에 없다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삼성생명은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해 삼성 금융계열사 업무를 총괄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했다. 이로써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전자·IT ▲중공업 ▲금융 각 분야별 TF 구성이 완료됐다. 미전실 해체에 따른 그룹 컨트롤타워 공백을 메꾸는 일종의 임시방편인 셈이다.
홍보 기능을 탑재해 외부 소통 역할도 했던 과거 미전실과 달리 이들 TF는 철저히 내부조직으로만 작용하며 외부와 단절됐다. 해당 계열사 내에서도 TF의 업무 내용을 구성원 외에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계열사간엔 더더욱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미전실 부활로 비칠 것에 대한 염려로 외부 노출을 꺼리는 눈치다.
금융TF는 각 금융계열사에서 차출된 인력을 포함해 10여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 보유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금산분리 현안과 더불어 금융그룹통합감독 이슈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금융계열 관계자는 “인원이 적기 때문에 인사 등을 통괄할 것 같진 않고 금융 분야는 중복 사업도 많지 않다”면서 “생명의 전자 주식 매각 이슈 등 여러 회사가 결부된 안건을 사장단 협의 단계에 상정하는 역할을 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그룹통합감독은 금융 계열사 전체의 자산 건전성을 따져본다는 것인데, 현재도 계열사별로 각각의 규제는 지키고 있지만 통합 규제가 신설되니 거기에 부합하는지 판단할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3개 소그룹 체제를 형성, 미전실처럼 그룹 전체를 지휘하면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조직의 존재를 부정한다. 사장단 인사 역시 자진사퇴와 내부추천 후 이사회 결정으로 이뤄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 약속했던 미전실 해체 취지에 부합하려는 의도다. 이 부회장은 당시 이사회 권한을 키워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각 소그룹이 공통적 이슈에서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그룹체제가 투명한 의사결정구조를 입증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소그룹을 아우르는 중첩업무에 대한 조율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게 삼성 안팎의 지적이다. 결국 삼성이 잠정 포기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 문제로도 연결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업집단체제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부분들이 없을 수 없는데 그것이 합리적으로 제도권 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같은 체제로는 미전실 해체 약속을 어기고 편법을 쓰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영·김지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