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검찰이
삼양식품(003230)을 겨냥하면서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된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승계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다.
1963년 국내 최초로 라면을 출시해 국내 대표 라면 제조회사로 성장한 삼양식품은 현재 전인장 회장이 2세경영체제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오너일가가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내부거래로 부를 축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결국 검찰당국의 사정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오너가 3세가 소유한 실질적 지주회사인 'SY캠퍼스'를 둘러싼 페이퍼 컴퍼니 논란 에 따른 '부 대물림' 등 각종 의혹이 수면 위로 부상한 상황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20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삼양식품 본사를 2시간여 동안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해 7월 불거진 오너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및 편법승계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편법승계 의혹 외에도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 추가적인 혐의를 포착해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관련 실무자들을 시작으로 오너일가까지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양식품은 라면 스프원료를 '와이더웨익홀딩스', 라면 포장지는 '테라윈프린팅', 라면박스는 '프루웰'과 '알이알'라는 회사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대상이 된 이들 회사 주주가 오너 일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편법승계로 의혹이 확대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와이더웨이홀딩스는 지주사인 삼양내츄럴스가 100% 보유한 자회사다. 알이알은 와이더웨이홀딩스 자회사로, 삼양내츄럴스의 손자회사다. 프루웰은 삼양식품이 79.8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이들 기업이 삼양식품에 납품하는 가격이 경쟁업체보다 비싸다는 의혹에서부터 출발했다.
일각에선 불필요한 계열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주고 오너일가가 보유한 다수의 지분을 바탕으로 이익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여기에 실질적인 역할이 없이도 거래단계에 끼워 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받고 있다는 의혹도 일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압수수색이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향후 검찰조사에 따라 회사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삼양식품을 둘러싼 의혹의 중심에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Y캠퍼스'가 있다. 이 회사는 오너 3세인 전병우씨가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로, 일각에선 '유령회사'라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SY캠퍼스는 지난 2007년 '비글스'란 이름으로 세워졌다. 당시 전 씨는 13살이었다. 전 씨가 비글스를 설립하자마자 연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전 씨가 이 회사를 통해 인수한 삼양라면 포장지 생산 회사가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지자 2012년 현재의 ‘SY캠퍼스’로 사명을 변경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면 '부의 대물림' 의혹이 더 짙게 들 수밖에 없다. 삼양식품은 표면적 지주회사인 내추럴삼양이 전체 지분의 33.26%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인장 회장이 3.13%, 전 회장의 부인 김정수 사장이 4.02%, 전 회장의 쌍둥이 동생 전인성씨가 3.69%, 전 회장의 아들 병우씨가 0.40%를 보유 중이다.
삼양식품의 지주회사나 다름없는 내추럴삼양의 지분구조는 김정수 사장이 42.2%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회장과 SY캠퍼스가 각각 21.0%, 26.9%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삼양식품을 지배하는 내추럴삼양의 최대주주는 'SY캠퍼스'로, 전 회장의 장남 병우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개인회사가 실질적으로 삼양식품을 지배하는 셈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의혹의 대상이 된 프루웰 주주는 삼양식품 80%, 사우회 10%, 협동조합 5% 등 오너지분이 없는 회사로 일감몰아주기 대상이 아니며 테라윈프린팅도 2012년 오너지분을 정리해 현재는 협력사일 뿐"이라며 "다만 내츄럴삼양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와이더웨익홀딩스는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 지난해 청산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양식품은 오너일가 간 북미지역 영업권을 둘러싼 소송전도 진행 중이다. 삼양식품은 전인장 회장 여동생인 전문경 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삼양USA를 통해 북미지역에 제품을 판매해 왔다. 지난해 삼양USA는 삼양식품이 일방적으로 북미지역 판매권을 해지했다며 삼양식품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부터 북미지역 판매가 급등한 시기이기도 하다. 삼양USA가 요구한 손해배상금은 10억달러, 1조원이 넘는다.
전인장 회장(왼쪽)과 삼양식품 본사 사옥. 사진/삼양식품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